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 장봉훈 주교)는 제20회 가톨릭미술상 특별상에 윤명로(아우구스티노) 작가, 건축부문 본상에 우대성(사도요한)·조성기(레오)·김형종 건축가, 조각부문 본상에 김종필(라파엘) 작가, 추천작품상 조각부문에 조수선(수산나) 작가를 각각 선정했다. 문화위원회는 2월 15일 오후 4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7층 성당에서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들의 업적을 기릴 예정이다. 위원회는 종교미술의 발전과 토착화를 위해 1995년 가톨릭 미술상을 제정, 현역 미술가들의 근래 작품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부문별로 시상하고 있다. 특별상은 한국 종교미술에 크게 이바지한 작가들의 업적을 기리는 상이다. 다음은 수상자와 작품 소개.
특별상 윤명로 작가반세기 동안 한국 성미술 토착화 노력
윤명로 작가는 공소로서 100년여의 역사를 담고 있었던 의정부 신암리성당의 모든 미술품들을 7년여 동안 제작했다. 김정신 교수의 설계로 이뤄진 성전 건축에 윤 작가의 작품인 지붕 위 십자가와 성모상이 어우러진다. 성전 내부 제단 벽에 부드러운 듯 묵직한 선의 예수님 몸체를 설치했고, 흰 대리석으로 다듬은 제대와 독서대가 현대적 멋을 보여준다. 뒤 벽에는 모자이크로 처리된 흰색 감실, 상부와 제단 좌우는 두꺼운 앤틱 유리로 제작된 유리화가 빛을 거른다. 이밖에도 1960년대 한국 성미술 초창기부터 반세기 동안 성미술의 토착화와 현대미술의 탐구에 앞장서온 윤 작가의 헌신은 나라와 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본상 건축부문 우대성·조성기·김형종 건축가 전통과 서구 문화 어우러진 열린 공간 설계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우대성·조성기·김형종 건축가(사진 왼쪽부터)는 북촌의 낮고 작은 다른 건물과 함께하기 위해 서울 가회동성당의 전체 용적을 몇 개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낮춰 지음으로써 주변 이웃과 더불어 존재하고자 했다. 가회동성당은 여러 개 마당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이 열려 있어 찾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으로 다가온다. 도로 쪽에는 한옥을, 안쪽으로 성당을 두어 전통과 서구의 문화가 어울리는 교회건축을 추구하고, 사람들의 움직임과 도시의 맥락을 감안한 설계를 통해 마을과 공존하는 하느님 백성의 집이라는 의미를 넓힌다. 단아하고 친근하면서도 힘 있게 구성된 내부구조는 전례공간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한다.
본상 조각부문 김종필 작가끊임없는 영성적 성찰로 십자가 수난 표현
김종필 작가는 솔뫼성지를 비롯한 여러 성지와 성당에 수많은 성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등 끊임없는 영성적 성찰을 통해 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 온 작가다. 그가 만든 대전교구 대사동성당 십자가의 길 부조는 예수님께서 인간으로서 겪은 고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순명 사이에서 겪은 고뇌, 감당하기 벅찬 십자가의 무게, 당신께서 사랑하는 피조물들의 배반 등 십자가 수난에서 연상되는 장면들을 함축적, 은유적으로 묘사했다. 사실적 묘사에 근거하면서도 과감한 변형과 생략을 시도한 표현은 작가가 깊은 묵상과 인고의 시간을 통해 작품을 탄생시켰음을 짐작하게 한다.
추천작품상 조각부문 조수선 작가소녀적 감성… 평면성과 부드러움 조화
조수선 작가는 순수한 예술적 감흥과 일상의 삶 속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깊은 영성적 신앙을 유지하며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유능한 젊은 작가다. 2013년 씨튼 영성센터 경당과 2014년 수원교구 용인성당 성체조배실에 설치한 십자가의 길은 독특한 형태와 배열이 돋보인다. 각 처의 크기와 비례가 가변적이며, 배열 또한 일렬식 배치가 아니라 오르고 내리며 간격도 일정하지 않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작가는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네 삶의 모습이 그리스도 구원의 길에 동참하는 십자가의 길임을 말해준다. 소녀적 감성이 배어나오는 작가의 작품은 볼륨감을 최소화하고 장식성을 멀리하면서도, 평면성과 부드러움의 조화에서 자신만의 조형성을 갖춰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