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얼빈. 서른을 갓 넘긴 가톨릭 신자 도마(Thomas) 안중근은 1909년 아시아 평화를 위한 일념으로 일본 제국주의 심장에 총을 겨눴다.
중국 창춘 소팔가자(小八家子, Xiaobajiazi). 20대 청년 김대건이 1844년 부제품을 받았다. 그는 조선 최초의 신부로서 한국교회의 밑거름이 됐다.
고구려 옛 땅, 우리 민족 정신과 신앙심이 살아 숨 쉬는 곳. 바로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 자비를 알리고 아시아 복음화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순례가 펼쳐졌다. 순례단은 중국 천주교 성당을 찾아 남북통일과 민족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도 함께 봉헌했다.
대구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수 신부, 이하 민화위)는 1월 11~15일 중국 하얼빈(哈爾濱), 창춘(長春), 다롄(大連) 등지에서 순례를 실시했다. 총 25명이 함께한 순례단은 사제, 수녀, 수사를 비롯, 북한이탈주민 등 평신도와 비신자 로 구성돼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번 민화위 중국 순례는 한국교회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안중근 의사를 재조명하고, 성 김대건 신부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11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 공항에 도착한 민화위 순례단은 헤이룽장교구 성모성심성당을 먼저 방문해 미사를 봉헌했다. 조선족 출신인 본당 주임 이용철 신부는 미사 후 한국산 커피와 생수 등을 순례단에게 전하며 성의를 표했다.
이어 하얼빈역 앞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한 순례단은 안중근 의사가 가톨릭 신앙을 강조하며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 등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기념관 밖 창문으로 보이는 하얼빈역 풍경에서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
하얼빈 731부대 유적지에서는 일본 제국주의 망령이 휩쓸고 간 고통의 흔적 앞에 숙연해졌다. 순례단은 잔혹한 생체실험과 비인간적인 학대 현장을 돌아보며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중근, 신채호 등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르고 숨을 거둔 랴오닝성(遼寧省) 다롄 뤼순(旅順)감옥에서 순례단은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생생하게 느꼈다. 특히 순례단은 중국 측의 배려로 일반인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 안중근 의사 사형대 현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창춘 소팔가자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 기념관을 방문했다. 소팔가자는 인구 200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가톨릭 신자가 95%에 이를 정도다. 김대건 신부가 이곳에서 부제품을 받은 지 170여 년이 넘었지만 그 숭고한 정신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순례단은 미사를 봉헌하며 김대건 신부의 큰 뜻을 기렸다.
이기수 신부는 “안중근 의사와 김대건 신부는 불과 20~30대의 나이에 나라와 신앙을 위해 큰 일을 이룬 분들”이라며 “한국교회 정신적 기반은 이 같은 청년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앙인은 안주하지 않고 순례하는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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