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젊은 사제가 복음을 전하는 장소로 공장을 선택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이었다. 교회에서 멀어진 가난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다. 또 예수님이 우선적으로 선택한 가난한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공장노동자로 살다간 한 사제의) 우정일기」는 에지드 반 브루크호벤(Egide Van Broeckhovenㆍ1933~1967ㆍ벨기에 예수회) 신부의 일기를 모은 책이다. 1950년 예수회에 입회해 1964년 사제품을 받은 에지드 신부는 1965년부터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1967년 불의의 사고로 공장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기도가 그를 이끈 곳은 수도원이 아니라 빈민가와 공장이었다. 벨기에 브뤼셀 인근 안더레흐트에서 주물공장 등 4개 공장을 돌며 노동했다. 자신의 광명, 갈망, 체험이라 부르는 것들을 일기에 써놓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생애 마지막 10년간의 일기는 신비로운 기도 선물에 대한 찬양이 넘친다. 자신의 성소는 사람 안에서 하느님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기를 통해 설교보다는 친밀한 만남을 통해 자신이 직접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가 되는 것을 열망한다.
에지드 신부는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을 다치기도 하고 결국 기계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두 팔을 십자로 벌린 채로 숨진다. 그의 나이 겨우 서른네 살 되던 때다. 마치 예수님이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시다가 떠나신 모습과도 같다.
“교회는 치명적인 병고로 괴로워한다. 가난하고 비천한 이들의 90% 혹은 그 이상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선 대수술만이 병을 고칠 것이다.”(1967년 3월 1일자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