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저녁 대구 구암본당(주임 이성도 신부) 대성전, 미사가 끝났는데도 수십 명 신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잠시 후 불이 꺼지자 한쪽 벽이 스크린으로 변하면서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가 상영됐다. 성당이 순식간에 영화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영화를 지켜본 신자들은 ‘하느님 사랑’이라는 이름 의미를 통해 모차르트의 삶을 신앙적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한 신자는 “전에는 별 생각 없이 본 영화였는데, 오늘 다시 보면서 하느님 은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묵상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신자 재교육 차원에서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구암본당 사례가 이목을 끌고 있다. 2년 전부터 미사 강론이나 특강 때 한국교회사, 교회용어, 사형폐지 등과 관련한 교육 자료를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통해 전달, 신자들 이해를 돕고 있다. 좋은 영화 상영도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꼴로 저녁미사가 없는 금요일을 이용, ‘네티비티 스토리’, ‘모세’, ‘성인 오상의 비오’ 등 신앙적 주제를 다룬 영화를 상영한다. 또 신앙 안에서 문화를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도록 ‘노예 12년’, ‘어바웃 타임’ 등 삶과 인생의 문제를 다룬 일반 영화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영화가 상영되는 날에는, 각자 여가시간을 즐기는 ‘금요일’임에도 주일미사 참례자 수 10%에 해당하는 80여 명이 꾸준히 참여한다.
우분선(베로니카·64) 본당 여성부회장은 “미디어를 통해 영성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많은 지식을 얻고 신앙생활에 도움 된다”고 밝혔다. 정종수(안드레아·53) 홍보위원장도 “말로만 듣는 것보다 이해가 빨라 교우들 호응이 좋은 편”이라며 “영화 상영 소식을 듣고 지역민들도 성당을 찾기도 해, 간접선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활동은 평소 디지털기술의 사목적 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성도 주임 신부 노력에서 비롯됐다. 2005~2009년 캐나다 교포사목 시절 멀티미디어를 활용, 신자재교육을 하고 또 반모임에서 신자들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본당활동에 대한 관심을 높였던 경험이 구암본당 사목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 신부는 매주 손수 파워포인트를 제작하고 영화 상영을 위해서 영상 음향 변화 작업에 시간을 쏟는다. 이를 위해 매번 최소 3~4시간씩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자 재교육을 위해 수집한 미디어 자료만도 수천 가지. 이 신부는 자료 보유를 위해 40여 개 하드디스크와 별도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이성도 신부는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신자들이 영상문화를 통해 신앙을 키우는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며 “더욱 전문적인 기술로 멀티미디어 사목 자료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는 방안도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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