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CNS】 “정의의 문을 열어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 앞에서 이렇게 외친 뒤 힘껏 밀어내자 굳게 닫혀있던 성문이 열렸다. ‘주님 자비의 빛으로 실행되는 정의’를 상징하는 이 성문이 열림으로써 자비의 희년이 시작됐다.
교황은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과 자비의 희년 개막미사 뒤 성문을 여는 예식을 거행했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는 간간히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7만여 신자가 참여해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희년의 시작을 기뻐하듯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고 교황은 잠시 허리를 굽히고 침묵 중에 기도를 드렸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성문을 지났다.
교황은 은총의 선물인 자비의 희년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은총이 지닌 변화의 힘과 죄를 용서하는 주님의 무한한 자비를 목도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님의 자비로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하기 전에 주님이 우리의 죄를 심판한다고 말하는 것은 주님과 주님의 은총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심판에 앞서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주님의 심판은 자비의 빛으로 이뤄진다. 성문을 통과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들도 신비로운 주님 사랑의 일부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이번 자비의 희년 선포가 주님의 신성한 자비를 효과적으로 증거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12월 9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에 모인 군중에게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시기이다. 우리는 인간의 한계와 죄라는 어두움을 비추는 주님의 자비를 묵상하며 좀 더 확신을 갖고 효과적으로 자비를 증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지금이 용서라는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주님의 손길”과 고난의 시기에 함께 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경험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희년은 특별한 시기로, 교회는 주님을 가장 기쁘게 하는 용서와 자비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금처럼 용서라는 말을 듣기 힘든 세상에서 오직 자비만이 진정으로 “인류애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위선과 세속적인 삶이라는 이기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님의 자비와 용서의 뜻을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전국 교구에서도 ‘자비의 문’ 활짝
13일, 한국교회 곳곳의 ‘자비의 문’도 활짝 열렸다.
이날 전국 각 교구 주교좌성당과 ‘자비의 특별 희년’ 순례지 성당·성지에서는 ‘자비의 문’을 여는 예식과 희년 개막미사가 봉헌됐다.
특히 각 교구장 주교들과 개문 예식 주례 주교 및 사제들은 강론 등을 통해 ‘자비의 문’의 의미 등을 설명하고,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운’ 모습을 실천하는데 힘쓰자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희년 개막미사 강론에서 “자비가 교회생활의 토대가 되도록 실천해야 한다”면서 “자비를 실천하려면 먼저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별히 기도 중에 북녘교회와 한반도 평화를 기억하고,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달하고 자비의 뜻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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