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사목연구소·신학과사상학회가 11월 14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진리관 대강의실에서 제24회 사목연구소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위기 속의 교회들?(Churches in Crisis?)’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박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의신학 교수·교황청 국제신학위원)의 사회와 백운철 신부(신학과사상학회 회장·가톨릭대 신학부총장)의 개회사, 조규만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의 격려사로 시작됐다.
심포지엄에서는 페터 노이너 신부(독일 뮌헨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역임)가 ‘유럽 교회의 위기와 가능성’, 제임스 켈리 명예교수(미국 포담대학교 사회학과)가 ‘미국 가톨리시즘의 위기: 사회학적 관점’, 오경환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가 ‘한국교회는 위기 속에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조규만 주교는 “유럽교회의 현실과 위기는 조만간 한국교회도 직면하게 될 미래”라며 “세속화돼가는 시대에서 예수님은 신앙인들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말했다.
유럽교회의 위기와 가능성
페터 노이너 신부는 발제에서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독일교회에 관한 통계를 보여줬다. 교회를 떠난 이들의 수는 2006년 8만4000여 명, 2010년 18만1000여 명, 2014년 21만7000여 명이었다. 2014년 교회를 떠난 이들의 수는 2006년에 비해 약 3배에 달한다.
2010년에는 선종한 이들을 제외하고도 세례 받은 이들보다 교회를 떠난 이들의 수가 더 많았다. 196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을 확장시켜 볼 때, 세례자 수는 47만5000여 명에서 16만5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혼배성사는 1960년부터 2010년까지 63%가 감소했다. 성직자 수에 대한 통계도 심각하다. 1962년 서품된 사제는 649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990년 295명, 2010년 81명, 2014년 75명으로 감소했다.
페터 신부는 “20세기 중반 즈음 교회와 사회가 긴밀히 얽혀있던 가톨릭적 환경이 사라졌다”면서 “세속화라고 불리는 발전 등 여러 상황이 혼합되며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종교의 개인화’와 ‘세계의 다원적 경향’에 따라 종교가 예전보다 세분화되고 개인적인 것이 됐다”면서 “유럽이 경험하는 것은 ‘종교의 위기’가 아니라 ‘교회의 위기’”라고 밝혔다.
페터 신부는 종교적 다원주의와 획일적 교회가 아닌 다원적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평신도와 직무의 다원성에 대해 주목하면서 “평신도들의 다양한 역할을 배제한다면 오늘날 교회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본당 안 평신도들의 다양한 직무와 자발적 행동, ‘사목 보조자’ ‘평신도 사목자’라고 불리며 보수를 받고 일하는 평신도들, 대부분 기혼자로서 강론을 하고 세례를 줄 수 있는 ‘종신부제’ 제도 시행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페터 신부는 “저의 개인적 희망과 기대는 성직자들보다 평신도에게 있다”면서 “실제로 많은 이가 본당에서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고, 그들은 세상의 소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가톨리시즘의 위기
제임스 켈리 교수는 미국교회의 위기를 사회학적 관점으로 폭넓게 내다봤다. 유럽교회와 달리 1965년 4840만 명이었던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50년이 지난 2014년 7670만 명으로 늘었는데, 이는 신앙 유지와 개종 때문이 아니라 중남미계의 이민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국교회의 주된 감소 내용으로는 사제직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1600명의 신자당 사제 수는 한 명이었는데 반해 오늘날 그 비율은 3600명당 한 명꼴이다. 1965년 994명이 사제품을 받았지만 2014년에는 반 토막인 494명이었다. 현재 1만7483개 본당의 1/5 정도인 3496개 본당에 상주 사제가 없다.
제임스 교수는 “심각한 성직자 통계에 비춰볼 때 위기라는 용어를 미국 가톨리시즘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는 거의 1만2500명의 종신부제(대부분 기혼)가 활동하고 있는데 전 세계 종신부제들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위기론에 대한 다른 입장도 내놨다. 그는 “1965년 사제 숫자가 최고였을 때, 평신도 사도직과 종신부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면서 “미국 본당에서 사제들은 더 이상 독점적인 교회의 일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이 더 교회에 헌신적이고 애착심이 크다’는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반문했다. 1987년 여성은 52%, 남성은 35%가 주일미사에 참석했지만, 이제 남녀 모두 평균 30% 정도의 참석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부분 미국 가톨릭 신자들은 여성 사제서품을 지지한다”면서 “이들은 교회의 핵심교리에 대한 믿음은 안정적이나, 위계적 기구로서의 권위 행사를 수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교수는 이외에도 산아조절, 동성애, 낙태 문제에 얽힌 교도권과 평신도들 사이의 문제, 미국교회의 ‘주교들과 사제 성추행 추문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교회는 위기 속에 있는가
오경환 신부는 우선 한국교회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조선후기부터 박정희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의 다양한 변화 양상과 현재의 상황, 위기 여부 등에 대해 말했다.
특히 2005년 1명대 초반으로까지 낮아진 한국의 출산율에 대해 강조하면서 출산율이 한국교회를 비롯한 모든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정 안에 아이들이 없다면 남녀 수도자, 신부, 신자들의 수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오 신부는 “출산율이 교회의 건강상태의 여러 가지 측면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954~2014년 남녀수도자, 신부, 신학생, 신자 수 통계를 제시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통해 그 원인을 찾았다. 또 신앙생활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의 증가, 이에 따른 주일학교의 위기, 초고령화 교회로의 변화, 감소하는 미사 참례율 등 한국교회 안에서 그동안 위기로 거론돼왔던 문제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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