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부터 교회는 그리스도의 세 가지 직분 가운데 하나인 예언직을 수행하면서 인간 세상에 ‘사랑의 문명’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근대에 이르러 교회는 ‘사회교리’라 불리는 일련의 회칙을 발표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세속의 삶 속에서도 복음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사회교리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인 것이다.
황창희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가 쓴 「사회교리, 그리스도인의 생활 나침반」은 저자가 일상 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사회교리와 관련지어 알기 쉽게 풀어낸다. 저자의 2013년도 전작인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의 후속작으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의 「간추린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독자들이 좀 더 사회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50개에 이르는 소주제들은 인권, 사회교리 원리, 가정, 노동, 경제생활, 정치(공동체), 환경, 평화, 사회사목 등 사회교리의 광범위한 영역을 다룬다. 그러면서도 주제 당 분량이 많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서술돼 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책은 새롭게 등장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바로 교회가 이러한 선택을 위해 성찰 원리, 판단 기준, 행동 지침 등 세 가지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단의 근거는 성경 말씀 속의 하느님의 뜻, 교회의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역대 교황들의 가르침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사회교리를 친근하게 받아들여 각자의 삶의 실천원리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회교리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생활 나침반으로 작동하고 그로 인해 사랑의 문화가 충만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혼돈과 절망 속에 빠져 있는 오늘날의 세태 속에서 사회교리는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하느님께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저자는 세속적인 교만과 이기심을 해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은 바로 사랑이며, 그 사랑은 하느님과 맺는 관계 안에서만 온전한 효력을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사회교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를 것인가?”
선택 여부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