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의 주인공인 성바오로수도회 황인수 신부와 김선명 수사는 2011년 마리오라는 서원명을 지닌 수도형제를 그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데려가는 여정에서 성 프란치스코의 길 순례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반평생을 선교사로 살았던 마리오 수사의 본래 이름은 ‘프란체스코’. 프란체스코가 성 프란치스코를 안내한 것이다.
2011년 7월 7~23일까지 이주일 남짓 황 신부와 김 수사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태어난 아시시에서 리에티로, 로마와 라베르나를 지나 다시 아시시를 걸었다. 그토록 따가웠던 햇볕도 프란치스코 성인과 동행하는 순례에서는 축복이었다.
두 수사는 성 프란치스코의 길을 걸으며 아주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열망을 느꼈고 이 마음은 자연스럽게 성 프란치스코의 거룩한 가난에 깃든 비밀을 알고자 하는 소망으로 자라났다. 마침내 순례의 대단원인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앞에 선 순간, ‘내가 없어진다는 것은 모든 곳에 있게 되는 것, 하느님 안에 들어가서 모든 이 안에 있게 되는 것’이라는 깨우침에 이르게 된다. 순례를 마치고 걸었던 길을 반추하면서 성 프란치스코가 ‘하느님 속으로 사라져 큰 하느님의 집으로 드러나게 된 작은 사람’으로 그려졌다.
「작은 사람아, 작은 사람아」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노라면 순례에 나선 수도자의 깊은 내적 통찰이 영성적인 문장과 사진으로 읽는 이에게 전해진다. 성 프란치스코가 다시 이 시대에 살아와 순례자와 나란히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은 뒤 잠시 눈을 감으면 성 프란치스코의 길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영상으로 선명하게 그려질 것이다.
「작은 사람아, 작은 사람아」를 읽는 진정한 이유는 단지 성 프란치스코의 흔적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체험함으로써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현대 물신주의 풍조에 휩쓸려 그리스도교 신자들조차 경제적 가치를 하느님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과 반성을 촉구하는 데서 「작은 사람아, 작은 사람아」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지은이 황인수 신부는 “이웃을 내 형제가 아니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하는 현대인들이 「작은 사람아, 작은 사람아」를 읽으며 세상 모든 이들 심지어 자연계까지 한 형제로 받아들인 성 프란치스코의 보편적 형제애를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