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비의 시대입니다! 고통과 갈등의 순간들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자비의 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25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제14차 정기총회를 마무리하는 폐막미사에서 전세계 120여개국에서 온 270여명의 교부들을 파견하며 이같이 말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장엄한 창미사로 거행된 이날 폐막미사는 시스티나 대성당 합창단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율, 대의원 주교들을 포함한 수천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번 시노드는 지난 10월 4일 개막, 3주간의 회기를 마치고 24일 대의원 주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보고서를 확정, 교황에게 제출했다. 교황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를 발표하게 된다. 시노드의 논의 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는 교회의 전통적인 교리와 윤리적 가르침들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하는 사목적 전환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두고, 최종적인 결정은 교황에게 맡겼다.
이에 따라 교황은 특히 이혼 후 사회 재혼 신자들의 영성체 허용 문제를 비롯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자비’를 구체적으로 적용할 사목적 조치들을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에 담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가 예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외친 내용을 언급하면서 예수는 “단지 도움을 주는데 그치지 않고 인격적인 만남을 원하셨다”고 말했다. 그럼으로써 예수는 “우리들 각자의 어려움을 직접 듣기를 원하신다”며 “오직 예수님과의 만남만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낼 힘을 줄 수 있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이어 예수를 따르는 하느님 백성이 빠질 수 있는 두 가지 유혹을 지적했다. 교황은 먼저 ‘착각의 영성’(spirituality of illusion)을 지적하고 “우리는 종종 사막을 걸으면서 실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며 “사람들의 삶에 뿌리내리지 않는 신앙은 메마르게 마련이고, 오아시스보다는 또 다른 사막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두 번째 유혹은 “짜여진 신앙”(scheduled faith)으로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걸으면서도 우리만의 짜여진 여행 일정에 집착”하려는 유혹이다. 그래서 ‘짜여진 일정’을 방해하는 모든 것은 배제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강론에서는 특히 예수가 모든 소외받은 이들을 빠짐없이 포용하려고 했다는 점이 강조됐고, 치유받은 바르티매오는 “볼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예수와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에 합류했다”고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시노드에서 자신과 “함께 걸었던” 주교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복음이 우리 시대에 가르쳐주는 길을 찾아, 예수님과 형제자매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사랑으로 가득 찬 가정의 신비를 선포하자”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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