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50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시노드적 교회상’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두가 서로에게 귀기울이고 배우며, 복음 선포의 공동 책임을 함께 나누는 ‘시노드적(synodal)인 교회’의 모습을 제시하고 이를 교회의 모든 수준에서 구현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10월 17일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의 여정은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원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주교시노드는 1965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가톨릭교회의 신앙과 현안들을 주교들이 모여 함께 나누고 교황에게 자문하기 위해 설립됐다.
교황은 이러한 ‘시노드적’인 교회는 ‘듣는 교회’로서, 먼저 풀뿌리 하느님 백성에게, 최종적으로는 친교와 일치의 최고 보증자인 교황에게 귀기울이는, 역피라미드형 구조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시노드’(synod)라는 용어가 “(평신도, 사목자, 로마의 주교가) 함께 걷는다”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말로 표현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개념”이라고 말했다.
2년에 걸친 가정 시노드를 예로 들면서, 교황은 만약 모든 가정들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그들에게 귀기울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시노드의 주교들은 오늘날의 상황과 문제들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의 가정 시노드는 모두 광범위한 조사와 설문으로 시작했다.
교황은 ‘듣는 교회’의 요청은 교황부터 평신도까지 교회 안의 모든 사람은 세례와 견진을 통해 성령에 의해 축성됐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전체 교회 공동체가 함께 식별하고, 한 목소리로 신앙과 도덕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말할 때 ‘무류적’(infallible)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가르치는 교회’와 ‘배우는 교회’를 분리해서 말할 수 없다”며 “‘양떼’들 역시 주님이 열어주시는 새로운 길을 식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황은 만약 교계제도를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 위에 있는 신분 구조로 잘못 이해한다면 교회의 ‘공동합의성’의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교회 구조는 사실 위 아래가 바뀐 역피라미드의 형태이고, 이것이 성직이 봉사의 직분인 이유라고 말했다.
교황은 오늘날 많은 곳에서 권력이 소수에게만 집중돼 있고 인간 존엄성이 부정되고 권위가 오용된다며, 이러한 세상 속에서 교회가 공동체성, 참여, 연대와 공동 책임에 대한 증거가 더욱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시노드 정신은 각 교구 안에서도 구체적으로 구현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사제평의회, 사목평의회와 기타 자문 기구들 역시 풀뿌리 하느님 백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가정 시노드와 관련해 두 번의 각 시노드의 첫 단계는 신자들에게 귀기울이는 것, 두 번째 단계는 사목자들이 서로에게 귀기울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마지막으로 교황에게 귀기울이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시노드 자체가 의사 결정 기구가 아니라 ‘일치를 보증하기 위해서’ 교황의 인도 아래 교황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교회의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로, 초대교회 때부터 시노드를 통해 공동체의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 교회 전통이었다. 초대교회에서 제자 공동체가 회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성경에 묘사돼 있다.(사도행전 6장, 15장 참조) 현대에 이 주제가 부상한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세계 주교시노드가 1965년 개설되면서부터이다. 1967년 첫 시노드가 열렸고 올해 가정 시노드는 제15차 정기총회이다.
하지만 ‘공동합의성’은 시노드 자체를 넘어서는 신학적 개념으로서, 교회의 비가시적 친교 개념을 가시적·현실적으로 실현하는 기능적 역할을 하면서도,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삶에 적용되는 하나의 교회적 삶의 방식(modus vivendi)이다. 나아가, 이는 친교의 영성을 향한 하나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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