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령 하느님,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성령 하느님과 마주앉아 구수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대화하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오늘은 에스프레소, 내일은 카푸치노, 모레는 아메리카노….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성령 하느님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하며 그날그날의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음미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다가 어느새 성령께 마음을 연 독자는 자신 한가운데에 성령께서 자리하심을 감지한다.
특히, 각 단상의 말미에 제시된 성령께 드리는 기도는 관상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기도와 더불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실린 성인들과 영성가들의 기도는 어느 새 독자 자신의 기도가 되기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 읽다가 이따금씩 절묘한 내용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복잡 미묘하다 할 신비스런 성령의 모습과 활동을 어찌 그리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묘사했는지! 때로는 한 편의 시처럼 때로는 짧은 수필처럼….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글들에서 질적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성령에 관한 가벼운 표현 안에 담긴 묵직한 배움, 단편적인 글들 바탕에 흐르는 종합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특별히, ‘성령의 두 가지 길’이란 제목의 글이 그랬다. 내용인 즉, 성령께서 두 방향으로 불어오시는데 먼저, 위에서 내려오는 방향으로 성령께서 교회의 권위와 성사 안에 활동하시는 모습이다. 아울러,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활동하시는 성령은 ‘불고 싶은 데로 부는’ 바람이며(요한 3,8 참조), 교회의 개별 구성원들에게 고유하고 다양한 선물들을 나누어 주시는 분이다.(1코린 12,11 참조) 요컨대, 성령의 위아래 쌍방향 활동 덕분에 교회 전체에 선사된 성사와 개별 구성원들에게 선사된 은사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 된다.
기도할 때 아빠 하느님! 주 예수님! 을 부르는 신자들은 많지만, ‘성령 하느님!’을 찾는 이들은 흔치 않다. 이 책은 견진성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성령 하느님’을 보다 친숙하게 만나고 그분과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신자들 모두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책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독자 여러분, 이 책에 소개된 성령 하느님과 커피 한 잔 하실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