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리가 난다 // 일어서서 창 너머로 / 새를 찾았다 // 손에 잡고 쓰다듬고 싶은 / 참한 새이다 // 문을 열면 날아갈 것 같아 / 보고만 있었는데 / 훌쩍 / 새는 날아가버렸다 // 날아갔기 때문에 / 따라갈 수 없고 // 다시 / 의자에 돌아온다 // 그런데 또 새 / 소리가 난다’(‘오후의 새’ 전문)
전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가 금경축을 맞아 시선집 「오후의 새」(대건인쇄출판사/212쪽/1만원)를 펴냈다. 이십대 젊은 시절부터 팔순에 이른 최근까지의 작품 중 99편을 엮었다.
“이 글들은 스물세 살 때부터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적어둔 것이다. 나도 변하는 모양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서 나를 다 모은 것이다”라고 이 대주교가 밝힌 것처럼, 모여진 시 속에서 사제로 한평생을 산 이 대주교의 신앙뿐 아니라 팔순을 보내며 겪은 삶의 궤적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됐다. 제1부에는 표제시 ‘오후의 새’를 포함해 ‘산타’, ‘울지마 톤즈’, ‘가수와 사람이 하나인 신비’(K pop star 3를 보며) 등 최근작 18편을, 제2부에는 2009년 발간한 시집 「아득한 여로」에서 뽑은 50편을, 제3부에는 1990년 발간한 첫 시집 「일기」에서 뽑은 31편을 담았다. 제4부에는 시집 「일기」와 「아득한 여로」의 해설(서림환, 이태수)과 함께 이번 시집의 서문을 대신한 이 대주교의 글 ‘선물인 나’를 수록했다.
‘선물인 나’에서 이 대주교는 “이제 더 줄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중략) 여기서 나를 보라고 나를 보내는 것”이라고 발간 이유를 전하며,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생각을 적어둔 것”이라고 겸손되이 밝힌다. 하지만 일상의 소재를 재해석, 다채롭게 노래한 이 대주교의 시작(詩作)들은 깊은 묵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최근 작품부터 게재되어 있기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묘미. 첫 장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노 사제를 만났다면 책장을 넘기면서 삶의 여정 곳곳에 멈춰선 이 대주교의 지난 날들을 만날 수 있다. 노쇠한 어머니를 향한 사랑, 여행에서의 단상들, 파리 유학 당시의 일상들까지…, 때로는 지극히 인간적 목소리로 그리움과 외로움을 속삭이지만, 이 대주교의 시들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결국 하느님의 사랑, 그리스도의 거룩한 삶과 일치를 이루려는 구도에의 여정이다.
전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장 이태수 시인은 “쉽고 친숙한 문맥들을 거느리면서도 삶의 깊숙한 근원과 하느님과의 일치의 세계를 일깨우고, 그곳으로 이끌어가는 차원 높은 경지를 열어 보인다”고 이 대주교의 시작들을 풀이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