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비롯해 핵발전소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최근의 설악산 오색지구 케이블카 설치 승인까지 ‘환경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종교·환경단체 간 갈등양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생태회칙 「찬미 받으소서」에 비춰볼 때 이러한 갈등의 접점은 ‘경제개발 우선 논리’와 ‘통합 생태적 시각’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개발 우선 논리가 힘을 얻고 있는 오늘날 사상의 흐름은 교황이 회칙 제3장에서 지적한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 ‘현대 인간 중심주의’ 등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생태계와 환경이 인간과 직결돼 있다’는 통합 생태적 시각보다 경제개발 우선 논리가 우리 사회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4대강 사업은 체육시설과 문화시설 건설, 일자리 창출, 토지 개발 등으로 대변되는 ‘성장 중심 정책’과 수질 오염, 침수 피해 등 ‘통합적 생태’에 대한 침해 우려가 맞닥뜨린 현장이었다.
핵발전소 월성 1호기 문제도 전력수요·에너지 발전과 노후 원전 재가동이 가져올 재난에 대한 우려가 쟁점이 되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 역시 산악관광·투자 활성화와 산지·동식물 보호 등 생태적 측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논리에 따라 라인강을 직선화했던 독일이 환경 파괴 문제가 심각해지자 친환경적으로 설계를 변경하면서 공적 자원을 낭비한 사례는 경제개발 우선 논리가 심각한 경제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이러한 경제개발 우선 논리가 특정 권력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회적 기회들을 통제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사례도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개발 우선 논리를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창출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독일은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를 계기로 17개 핵발전소 가운데 8개를 폐쇄했고, 2020년까지 모든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아울러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지역에너지 자립을 돕고 있는 모습은 경제논리에 빠져 살아가는 이들에게 적잖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대인들은 힘을 올바로 사용하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엄청난 기술 발전에 인간의 책임과 가치관과 양심의 발전이 함께 하지 못하였기 때문”(105항)이라고 꼬집는다.
생태문화는 환경 훼손, 천연자원 고갈 등 부분적 해답들로 축소될 수 없고,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공세에 대항하는 다른 시각, 사고방식, 정책, 교육계획, 생활양식, 영성 등이 필요하다.(111항)
경제개발 우선 논리에서 벗어나 생태계가 공존하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경제논리에 머물러 있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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