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은 사전 준비를 통해 WYD를 시작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목적 원의가 한국교회 내에 널리 공유되고, 단순 이벤트가 아닌 ‘교회 복음화 여정으로서의 WYD’를 잘 살려나가고자 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나면 곧 대회 행사 자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WYD 대회 행사는 크게 4~5일 정도의 ‘교구 대회’(DID: Days In the Diocese)와 5~6일 정도의 ‘본대회’ 두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먼저 ‘교구 대회’ 준비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참여자 전체가 WYD 주관 교구에 함께 모여 대규모 공식 전례 혹은 문화 행사, 전시회, 기도모임 등에 참여하게 되는 본대회와 달리, ‘교구 대회’는 참여자들이 WYD 주관 교구가 속한 국가 내의 다른 여러 교구로 흩어져 묵으면서, 그 지역 교회의 신앙과 문화를 보다 밀접하게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다. 통상적으로 교구 대회는 교구 주교좌성당 혹은 교구 내 각 본당에서 이루어지는 ‘WYD 참가자 환영 축제’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WYD 참가자들은 교구 혹은 각 본당에서 주도하는 전례 및 문화 행사, 봉사 활동 등에 함께 하면서 교구 내의 신자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교구 대회 기간 동안 WYD 참가자들은 교구 내 신자 가정으로 배정되어 홈스테이를 하거나, 교구 내 홈스테이가 가능한 가정이 적을 경우 학교 혹은 기숙사 등을 숙소로 제공받기도 한다. 해당 교구의 주교님이 집전하는 ‘본대회로의 파견 미사’(Send-off Mass)를 끝으로 공식 교구 대회 일정이 마무리되면, WYD 참여자들은 각각 머물렀던 교구를 떠나 WYD 본대회 장소인 주관 교구 지역으로 모두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 때 모이는 참가자들은 되도록 여러 대륙이 고루 섞이도록 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A 교구에는 미국 참여자 중 일부, 아시아의 파키스탄과 태국, 남미의 아르헨티나, 오세아니아의 뉴질랜드 참여자들이 배정되고, B 교구에는 캐나다, 인도와 싱가포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유럽의 폴란드 참여자들이 배치되는 식이다. 교구별 수용인원에 따라 어느 정도의 규모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튼 본대회에 비해서는 상당히 작은 규모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 교구 안에서 만나게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인종과 국적, 언어, 문화를 지닌 젊은이들이 가톨릭 신앙을 중심으로 어우러진다’는 WYD의 정체성이 본대회에서는 대규모 전례나 행사를 통해 표현된다면, 교구 대회에서는 소그룹 안에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친밀한 만남, 서로 간의 우정 맺기를 통해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교구 대회를 준비할 때에는 본대회의 주제와 지향을 견지하면서도, 다양한 배경을 지닌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전례와 문화 행사를 통해 해당 교구의 특색과 신앙 전통을 친밀하게 체험하고, 또한 자신들의 문화와 경험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도록 돕는 환대의 분위기, 우정 어린 나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제적인 모임에서 신앙과 문화를 함께 나누기에 적합한 콘텐츠를 잘 식별하여 구성하는 것, 그리고 그 콘텐츠가 잘 전달될 수 있는 구조, 특히 교구 내 다양한 세대와 그룹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봉사자 그룹을 조직·양성하는 것도 주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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