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이하 공원위)를 통과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둘러싸고 ‘후폭풍’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강(4대강)’을 망친 정부가 ‘산’(설악산)까지 망치려고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숱한 논란에도 강원도와 양양군은 내년 3월 착공해 2017년 말부터 시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연간 1520억 원(생산유발효과 1077억 원·부가가치유발 443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종교계를 필두로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국토를 황폐화시킨 4대강 사업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공원위가 조건부 승인을 했다는 자체가 이번 결정이 문제가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사람이 손대기 가장 어려운 조건을 지닌 설악산이 뚫리면 지리산 속리산 소백산 등으로 파급될 생태계 파괴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케이블카를 둘러싼 환경훼손 논란은 이 사업이 이미 두 차례나 ‘퇴짜’를 맞은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 커지고 있다. 1차 신청(2012년)때 상부정류장 예정지가 아고산 식생대로 보전가치가 높고 대청봉 스카이라인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2차(2013년) 때는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비록 노선이 변경되기는 했지만 대청봉과 1.4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경훼손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표결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 것도 논란이다. 정부와 민간 인사 각 10명씩으로 구성된 공원위는 회의 당시 참석위원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지금까지는 이견이 있더라도 최대한 절충해 합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할 만한 내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번 결정의 문제점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예정지에서 산사태와 낙석 우려 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산림청의 경고가 무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8월 30일 산림청이 지난 6월 환경부에 보낸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에 대한 국립공원계획 변경 협의 검토보고’에서 “지주 및 상부정류장은 산사태 위험지 판정기준표상의 위험요인에 따라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된 지역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양군과 환경부가 케이블카를 추진·심의하며 작성한 문서에는 산사태와 낙석에 대한 내용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급경사지가 많은 설악산은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모두 58곳을 낙석위험구간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케이블카 예정사업지인 오색 구간도 포함돼 있다.
실제 8월 2일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지와 인접한 오색지구 내 흘림골 탐방로에서 60t 규모 낙석이 발생해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2010년 5월엔 신흥사~울산바위 구간에서 100t 규모의 낙석이 발생해 수학여행을 온 학생 450여 명과 관광객 등 500여 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적극 추진’ 지시 후 일사천리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면서 탐방객과 서식 동물들의 안전은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앞서 전경련이 국회에 제안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의 주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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