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1일 이탈리아 토리노 성요한세례자대성당. 어떤 성 유물 앞에서 깊은 침묵에 잠겼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 성 유물은 예수의 시신을 감싼 아마포, 곧 ‘신도네’(Sindone)였다.
‘토리노의 수의(壽衣)’ 혹은 ‘성의(聖衣)’로 잘 알려진 ‘신도네’는 성 요한 보스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일반인에게도 공개됐다. 지난 4월 19일부터 6월 24일까지 이어진 전시기간 동안 토리노엔 200만 명이 넘는 순례객들로 붐볐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한국교회엔 신도네를 소개한 책이 전무후무하다. 많은 매체들은 신도네를 불가사의한 것으로 취급한다. 예수의 장례에 사용된 ‘진품’ 아마포인지 규명하는 과학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자비의 얼굴」은 신도네 연구에 일생을 바친 이탈리아 출신 가에타노 콤프리 신부(살레시오회)가 쓴 「이것이 신도네다」(Questa la Sindone)를 번역한 것이다. 지난 1955년부터 신도네 관련 많은 저서를 펴낸 저자는 “이 책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객관적으로 서술한 결정판”이라고 소개했다.
책은 신도네에 깃든 비밀을 벗기고 예수의 수난에 잠길 수 있는 사진집으로, 역사·과학·미술사·성경의 지평에서 접근한 다채로운 연구를 수록했다. 신도네의 이동경로를 비롯해 화재로 훼손된 이야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사진 등 신도네의 진실에 대한 자료가 집약됐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눈으로 보지 않으면 신도네가 품은 풍요로운 이야기를 인지하지 못한다. 저자는 “한 장의 천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담겼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고 말한다.
길이 4.4m, 폭 1.1m의 능삼무늬(herring bone)로 짜인 신도네. 채찍질당하고 십자가형에 처한 예수와 일치하는 인물의 앞·뒷모습이 아로새겨진 아마포. 이 책은 신도네를 둘러싼 엇갈리는 진실공방에서 신자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 주님, 형제·자매들의 얼굴 속에서 드러나고 또 감춰진 당신 얼굴을 찾아 묵상하게 하소서. 오 주님, 저로 하여금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당신을 증거하는 이콘이요 신도네가 되게 하소서.”(프란치스코 교황의 신도네 경배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