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선진국의 가늠자라 할 수 있는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길에는 늘 한국교회가 있어 왔다.
엄혹한 독재 아래서 생명을 외치는 것은 ‘반국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마다치 않는 일이었다. ‘생명’이 선명한 깃발을 치켜들었지만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교회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분수령을 맞아 교회는 ‘사형제도 폐지’가 선명하게 새겨진 십자가를 앞장서 지고 나갔다. 1989년 5월 30일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창립은 이 길에서 거둔 소중한 결실이다.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교회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서명운동 등 조직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사형폐지운동에 있어 새로운 지형을 조성한다. 2000년 한 해 동안이라도 사형집행을 중단하자는 교회의 외침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사형폐지운동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된다. 대희년을 갈무리하던 2000년 10월, 교회가 나서 각 종단 사형폐지 운동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고 12월에는 대표자 모임이 열렸다. 이듬해 가톨릭을 비롯한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이 망라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 발족함으로써 사형폐지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생명의 길’에서 교회는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보화를 안겼다. 각 교구 교정사목 담당자들이 중심이 돼 2001년 5월 23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이하 사폐위)가 그것. 사형폐지를 위한 전문 위원회를 만들고 교회 전체가 이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종교는 가톨릭뿐이다.
사폐위를 중심으로 한 사형제도폐지운동은 국내외 인권단체와 이웃종교 등은 물론 정부기관, 국제기구 등으로 연대의 폭을 넓히며 생명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그 어느 때보다 넓혀 놓았다. 매년 일본 홍콩 등 아시아지역은 물론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서구권에서 열리는 사형폐지 국제행사에 한국교회 대표를 파견해 생명운동의 외연을 넓혀오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일에도 늘 교회가 선두에 서있다. 10년 이상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도 완전한 사형폐지국가가 되길 바라는 뜻을 모으고자 2008년부터 전국 각 교구를 순회하며 열고 있는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교회는 지난 제15대 국회(1996~2000) 때부터 제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국회 차원에서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이 발의될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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