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 오전 11시 광주대교구 해남본당(주임 김양회 신부) 땅끝공소 축복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500여 명의 신자들이 모였다. 자리가 턱없이 부족해 공소 밖에 앉아있는 신자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해남본당과 인근 공소 신자뿐만 아니라 선교사, 수도자도 먼 길을 달려왔다. 성전 건립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땅끝공소의 성전 건립은 뜻밖에 일로 시작됐다. 가건물로 이뤄져 새로 지을 생각이었지만 설마하니 태풍으로 무너질 줄은 몰랐다. 3년 전 태풍 볼라벤이 지나간 뒤 지붕뿐만 아니라 벽까지 건물 전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신자들을 위로하러 온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도 그 광경을 보고는 신자들과 마찬가지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공소 건물을 짓는데 3년이 걸렸다. 새벽부터 마늘밭에서 일하고, 호박 장사를 통해 얻은 돈을 모았다. 벽돌 한 장, 한 장씩을 사서 하나씩 쌓아 올려간다고 생각했다.
공소 건물이 날아간 이유가 부족했던 신앙생활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부끄러웠다. 그럴 때마다 폐허가 된 공소터에 온전히 서 있었던 감실을 떠올렸다.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 일하고 기도했다. 임시로 교육관에서 공소예절을 진행했지만 태풍으로 인해 들썩였던 지붕은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고, 곰팡이가 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과는 반대로 신자들은 늘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냉담교우들이 찾아왔고, 똘똘 뭉친 신자들을 보고 신입교우들도 생겨났다. 40여 명이던 신자는 60여 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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