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은행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입니다. 100만 원도 안 되는 벌금을 내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이 은행을 찾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을 줘야 합니다.”
6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일일은행장’ 자격으로 국회를 찾았다. 출범 100일을 맞은 장발장은행(은행장 홍세화)에 힘을 보태고, 벌금제 개혁법안의 필요성을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장발장은행은 가난 때문에 벌금을 감당하지 못해 노역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소년소녀가장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담보·무이자로 벌금을 빌려주는 곳이다.
염 추기경은 “경제 사정으로 벌금을 마련하지 못해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한 해 4만 명에 이른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람들의 사연들은 어느 하나 절절하지 않은 게 없었다”며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절망에 빠진 게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인용, “개인적인 안락 추구와 무관심의 세계화가 가난한 이에 대한 책임감을 약화시킨다”며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어려움을 잘 헤아리고, 가장 고통받는 이들 편에 서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북돋아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회로 간 장발장’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염 추기경을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소속 황진하 국방위원장 등 여야 국회의원 40여 명도 함께했다.
정의화 의장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도 법 개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문 대표는 “누군가에겐 몇 십, 몇 백만 원의 벌금이 대수롭지 않아 징벌효과가 없는 반면, 누군가에겐 이 벌금이 생계를 빼앗는 가혹한 형벌이 될 수 있다”며 “경제력에 따른 벌금 차등적용, 벌금 분납제, 사회봉사 대체 등의 법안이 통과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지지했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홍세화 은행장은 “장발장은행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돈이 없어 노역하는 사람이 없도록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벌금제 입법 개혁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모금으로 운영되는 장발장은행은 지금까지 981명의 개인·기관·단체로부터 3억2000여만 원을 모금했고, 155명에게 2억8600만 원을 대출했다. 장발장은행 운영위원인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판 장발장’을 막기 위해 현행 벌금제도 개편 법안을 추진, 발의할 예정이다. 발의될 법안에는 벌금형에도 집행유예를 도입하고, 벌금의 납입기한을 연장하거나 분할 납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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