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지난 2000년 동안 교회의 삶 가운데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세례 받은 신자들마저 회의적, 냉소적으로 변해가며, 신앙과 종교가 무력해진 듯 보이는 오늘날이지만, 바로 그 현대 사회의 한가운데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세상 안에 계신 그 분을 통해 복음화되며, 또한 그 분을 따라 세상 속에서, 이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WYD를 통해 실제로 새천년기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이와 같은 새 복음화의 사명을 일깨워주고자 했다.
2000년 8월, WYD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로마를 향해 오는 젊은이들의 순례 행렬은 상징적이었다. 가톨릭교회의 본거지, 오랜 전통의 정점이었으나, 2000년의 역사 속에 늙고 병들어 잊혀진 듯한 바티칸. 현대 사회의 젊은이들에게는 단순히 종교적인 유적지 이상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곳으로, 전 세계의 청소년·청년들이 WYD 십자가 순례에 동참하며 모여들고 있었다.
가톨릭교회의 젊은이들이 살아있다는 것, 그들이 교회의 중심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그 순례 행렬 자체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젊은 신자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증거였다. 또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로마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희년의 은총에 기뻐하고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교황과 함께 하나의 공동체로 어우러져 신앙인으로서의 사명을 다짐하는 모습.
이는 가톨릭교회가 비록 오래 됐으나 늙지 않았음을, 새천년기에 더욱 활기 있는 젊음으로 살아나갈 수 있음을 드러내는 희망의 표징이 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청소년·청년이 새천년기 복음화의 주역임을 믿었기에 WYD를 활용하여 젊은이들을 그렇게 키워나가고자 했고, 동시에 그들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더 널리 알리고자 했다. WYD를 유치한 각 교회는 이와 같은 지향을 따라 대회를 준비-실행-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젊은이들의 힘과 에너지를 직접 확인하고 그들의 참여를 북돋우는 가운데 교회 전체를 쇄신할 수 있는 새로운 힘과 희망을 얻었다. 2000년 로마에서의 WYD는, 이처럼 지난 여정을 통해 다듬어져 온 WYD의 목적과 의미, 그 열매가 가장 잘 드러난 대회였으며, 향후 이어질 21세기의 WYD를 위한 성공적인 첫 발걸음이기도 했다.
로마 대회를 통해 WYD가 지닌 젊음의 힘을 확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은, 그 다음 순례지로 캐나다의 토론토를 선택했다. 1993년 미국 덴버를 향해 갔던 것처럼, 새천년기의 젊은 교회는 다시 한 번 더 북미 대륙의 현대 도시 문명을 향해 나아갔다.
캐나다 내 각 교구에서의 교구대회(DID: Days in the Dioceses)를 통한 지역 교회 공동체의 젊은이 환대, 참가한 젊은이들의 지역 교회 문화 체험, WYD 본대회에서의 교리교육과 고해성사, 십자가의 길 순례기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과 함께 하는 밤샘기도 및 파견미사에 이르기까지. 1985년 대회 시작 때부터 차례차례 갖춰져 온 WYD 프로그램은 2002년 토론토 대회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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