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공방에는 낡은 서랍에서 찾은 듯한 빈티지풍 시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상시키는 스팀펑크 시계 등 독특한 시계들이 한가득이다.
다양한 시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시계를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신 작가는 시계 디자인부터, 시침·분침 조립, 밴드 제작 등 시계 제작 과정 전체를 오로지 두 손으로 해낸다.
“기성시계는 세련되면서 차가운 느낌을 준다면 수공예시계는 예스러우면서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대를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시계 가치가 높아집니다.”
칠보 명인과 협업으로 한복에 어울리는 시계 만들어
그의 시계 작품에는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인 것으로 만들자’(from tradition to modern)는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최근 칠보 명인 ‘복희칠보’와 협업을 통해 한복에 어울리는 시계를 선보였다. 칠보의 아름다움을 담은 칠보문자판을 제작하고 시계 외관에는 벚꽃으로 꾸몄다. 수정, 루비 등 천연광물을 분쇄해 한지에 여러번 칠해 만든 석채화 시계도 제작했다.
“디자인이 정해지면 본격적인 시계 제작에 돌입합니다. 시계 제작 4일, 품질 검사 2~3일로 한 제품을 만드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립니다. 시계 외관뿐 아니라 기능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녹록치 않습니다.”
직접 손으로 가공하고, 조립하고, 만드는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필요하다. 작업할 때 집중이 안 되거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그는 묵주기도를 봉헌한다고 했다. “묵주기도를 하면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습니다. 묵주에 있는 십자가를 보면 많은 영감이 떠오릅니다. 십자가 모양을 활용한 가죽 팔찌를 제작했습니다. 곧 십자가 모양을 띤 시계도 만들 것입니다.”

수공예시계 협동조합 만들어 기술 전수하고 싶어
신 작가가 수공예시계에 빠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전자회사를 다니던 그는 2003년 일본의 한 매장에서 수공예시계를 보고 한눈에 반해 시계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7년 서울 합정동에 마리앤마리 공방을 열고 수공예시계를 만들면서 젊은이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수공예시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온 젊은이들이 2~3일 배우고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를 보면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들이 끈기를 가지고 기술을 전수받아 가면 좋겠습니다.”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기술을 나누고자 한다. 그에게 한가지 꿈이 있다. 수공예시계 기술 전수를 통해 ‘수공예시계(Hand Watch Craft)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 그는 시계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수공예시계 시장이 활발해지길 바랐다. ※문의 02-900-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