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에는 임종하는 이들 곁에 함께하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 인터뷰가 담겨 있다.
블루베일의 시간 /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윤이경 엮음/ 308쪽/ 1만4000원/ 북폴리오

“또 여행가자고 했는데 못 갔어요. 용서하세요. 이젠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생전에 이루지 못한 꿈 천국에서 아름답게 꽃피워보자.”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동양 최초 호스피스병원 갈바리의원. 이별파티가 열릴 때면 병실은 눈물바다가 된다. 이별파티란 임종을 앞둔 환자의 의식이 혼미해지기 전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사랑한다, 고맙다, 행복했다”는 말이 매순간 가슴을 친다.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이 갈바리의원의 100일간 기록을 엮어 「블루베일의 시간」을 책으로 펴냈다. 지난 2013년 12월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블루베일의 시간’은 임종하는 이들의 곁에 함께하는 수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책에는 하늘색 베일(블루베일)로 불리는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관구장 박미영 수녀) 수녀들의 인터뷰가 실렸다. 수녀들이 평생 갈바리의원에서 헌신하며 체득한 삶과 죽음의 지혜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은 가족과의 이별은 언젠가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한 순간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죽음을 앞둔 이의 기록과 떠나보내는 이들의 경험을 통해 가족과 나누는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준다. 나아가 헛된 시간에 삶을 소진하는 현대인에게 삶의 참된 가치를 전한다.
제작팀은 갈바리의원을 장기간 밀착 취재해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의 사랑을 전함으로써 지난해 11월 제24회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방송부문)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소설가로 등단한 뒤, 김유정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윤이경씨가 풀어낸 일곱 가지 이야기를 읽노라면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삶의 여정이 끝나고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는 시간, 고통과 두려움의 터널을 지나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시간, 세상 바쁘다 보니 함께하지 못했던 가족들과 마지막 정을 나누는 시간. 이 책은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득한 고통의 시간에서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역설을 드러낸다.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앞둔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가 오늘 하루 살아간 것에 감사합니다.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 이별 앞에 아쉬움 덜하도록 아낌없이 서로 사랑하세요.”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은 위대한 가르침을 주는 인생의 교사들이다. 그들과 마지막 시간을 함께한 블루베일의 깨달음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스스로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