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시급히 마련해야 할 ‘호스피스-완화의료’ 관련 제도화에 앞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 제정이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성급한 법제화를 막고 연명의료 결정의 문제점을 폭넓게 공유하는 노력이 교회 안팎에서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5월 2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를 주제로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입법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김 의원은 빠르면 5월 안에 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날 논의의 중심이 된 「임종과정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자기결정을 존중한다는 목적을 제시한다. 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 등의 사회적 기반이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명의료 결정 규정만 마련할 경우, 임종환자들이 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법안의 세부 내용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를 환자 본인이 아닌 ‘성인’으로 규정하고 정보 제공 주체도 의료인이 아닌 등록기관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환자가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후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기본원칙에 위배된다. ‘결정할 수 있는 연명의료 행위’ 등의 표현도 모호해 그릇되게 해석될 수 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담당의사와 환자의 대화와 의사소통을 촉진해 의학적 소견과 환자 의향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도구가 되기보다는, 환자가 과거에 불충분한 정보에 의거해 결정한 바를 담당의사가 반드시 이행하도록 만드는 일방적인 도구가 될 것이기에 환자를 위한 도구가 될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재우 신부는 토론회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연명의료를 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만이 아니라, 오히려 통증 완화와 증상조절 등을 비롯해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사회적 측면을 망라하는 전인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같은 전인적 돌봄의 바탕이 없는 연명의료 결정은 환자를 돌봄의 공백 속으로 밀어 넣거나, 안락사 사고방식으로 이어질 강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는 정부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명의료 관련법을 제정할 경우, 소극적 안락사 등의 폐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생명윤리자문단, 한국가톨릭의사협회 등은 이러한 반대 입장을 뒷받침하는 학술세미나를 열고 공청회 토론과 의견서 및 질의서 제출 등에 전문적으로 참여해왔다.
특히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연명의료 관련 담화와 교우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 법제화에 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알리고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이번 토론회에서는 고윤석 울산의대 교수와 김명희 ‘무의미한 연명치료중단 제도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간사위원이 각각 주제발표에 나섰다.
이어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를 비롯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서울대 의대 윤영호 교수,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노연홍 대표,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최경석 교수, 보건복지부 정통령 생명윤리정책과장이 각각 지정토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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