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언제 설립됐을까?
교회는 부활시기를 마치고 연중시기로 접어드는 오순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지 50일째 되는 날을 교회의 창립일로 가르친다.
핍박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면서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이 성령을 받음으로써 예수의 죽음과 부활, 그로 인해 선사된 영원한 생명의 복음을 만방에 선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도행전은 그 장면을 역동적으로 묘사한다.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하더니,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져서 각각의 사람에게 내려 앉았다. 그러자 모두가 성령으로 가득 찼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했으며, 성령을 받은 베드로의 설교로 대략 3000명이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다.
성령 강림 대축일은 이스라엘의 축제일과 관련된다. 오순절은 본래 수확의 첫 결실을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의 축제일로, 야훼와 이스라엘 민족 간의 계약을 기념하는 축일이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과월절 축제를 지낸 후 50일 뒤 이 축제를 거행했다.
성경은 바로 이 오순절 축제 때 성령이 강림했음을 전한다. 그래서 사도시대 이래 교회는 과월절이 예수의 부활을 뜻하듯 과월절로부터 50일째가 되는 오순절, 곧 부활 사건으로부터 50일째가 되는 날 성령 강림을 기념하는 예식을 거행했고, 이것이 바로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됐다.
그러면 왜 성령의 강림이 교회 설립의 의미를 갖는가?
현세의 힘, 핍박과 죽음의 두려움, 그리고 구원과 생명에 대한 회의 때문에 숨어 있던 사도들이 이방인과 유다인들 앞에서 자신들이 보고 듣고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선포하기 시작한 것은 성령을 받고 나서부터이다.
그리고 사도들의 증언과 선포에 감화돼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이제 하느님의 자녀로서 형제적 사랑 안에서 서로 돕고 빵을 나누며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처럼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공동체야말로 교회의 효시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성령 강림은 공동체인 교회가 설립된 위대한 사건이고, 따라서 성령 강림절은 교회의 창립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성령은 모든 그리스도인 신앙과 삶의 원리
성령 강림은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한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제삼천년기’에서, 성령이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모든 시대 모든 장소의 교회 안에 현존하게”하며, 그 계시를 “각 개인의 영혼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한다”고 가르쳤다. 곧 성령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의 원리이다.
세례와 견진은 성령의 열매를 선사한다. 신앙인들은 이미 선사받은 성령의 열매가 각자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활동하도록 겸허하게 자리를 내어드려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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