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지난 1994년 빛두레출판사에서 3권으로 출간한 「민족과 함께 쓰는 한국천주교회사」를 통합·축약한 결과물이다.
문 신부는 이 책에서 민족화해와 평화통일, 생명과 환경, 정의와 인권운동 등 본인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현재의 한국교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책의 주제는 역사학적 방법에 따라 서술된 ‘한국천주교회사’이지만, 문 신부의 신학과 역사에 대한 해석을 함축한 ‘세상의 시각’이 함께 녹아들었다.
여기서 언급되는 ‘세상’이란 이교도들의 세계가 아니라, 교회의 터전으로서의 세상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교회사에 관한 역사신학적 저서이자 역사를 해석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사론(史論)에 가깝다.
책은 17세기 한국교회 태동부터 시작해 19세기 후반까지의 한국교회사를 간추리고 있다.
또 분단과 한국전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한 1980년대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순간과 통일·반공·북한 등의 문제에 한국교회가 어떤 입장을 취했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본다.
아울러 해방 이후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박해시대나 식민지시대의 역사를 반성적 차원에서 서술하고 있으며, 한국교회의 과거사에서 드러났던 불편한 진실들과 정면으로 맞서서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1945년생 ‘해방둥이’ 문 신부는 책의 발간사에서 “고단했던 교회사와 분단 역사를 통틀어 보면, 느리고 답답해도 결국 평화와 진실의 역사만이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가는 생명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반복되는 것 같은 이 허망하고 거친 시간들도 기나긴 역사로 보면 결국 통과해야 할 성장통일 뿐 지나가게 마련”이라고 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