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도미니크 핀켈데 신부는 사도 바오로의 신학을 둘러싼 철학자들의 정치철학적 해석을 이 책에 담아냈다.
책의 중심을 이루는 철학자들의 주요 텍스트는 알랭 바디우의 ‘바오로-보편주의의 정초’, 조르조 아감벤의 ‘남아 있는 시간-로마서에 대한 하나의 주석’, 슬라보예 지젝의 ‘인형과 난쟁이-도착과 전복 사이의 그리스도교’, 에릭 샌트너의 ‘일상생활의 심리신학-프로이트와 로젠츠바이크에 대한 반성들’ 등이다.
저자는 이런 입장들의 다툼에 성급하게 화해시키려 하지 않고, 대립하는 해석들의 관점을 정밀하게 구성해냈다.
저자에 따르면 사도 바오로의 유산은 시나이 계약을 ‘모든 민족들’(로마 1,5)에 대한 ‘보편 구원론’으로 해석하는 관점과 ‘그리스도 안의 삶’을 통해 정치적 질서에 맞서는 그리스도교적 주체에 대한 관점으로 나뉜다. 이 논쟁들은 현대 정치철학적 물음에서 드러난 신학적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도록 돕는다.
예수회 출신이자 극작가·철학가인 저자의 약력 덕에 이 책은 순수하게 가톨릭적 입장에서 저술됐지만, 무신론적 입장을 취하는 철학적 기획들도 같은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사도 바오로에 대한 정치철학적 해석은 서구세계의 자기이해와 상대주의 등의 문제와 깊게 연관된다. 아울러 ‘정치’라는 공적인 공간에 그리스도교를 되살려내는 의도가 깔려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