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 넘은 낡은 수도원. 비라도 오면 천장과 벽을 타고 빗물이 스며들고, 주방 지하창고는 물에 잠긴다. 외벽 곳곳은 갈라졌고, 부식돼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다.
대구 가르멜 여자수도원(원장 김 나자렛 수녀)의 현재 모습이다. 봉쇄수도원인 이곳은 1962년 지어졌다. 지난해 도색 공사를 해 깨끗해 보이는 겉과 달리 내부 환경은 수도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열악하다.
벽돌로 지어진 집이라 벽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벽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리창에는 비닐과 단열재(뽁뽁이)를 붙여도 겨울 칼바람을 막을 수 없다.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3년마다 기와로 된 천장과 외벽을 페인트칠하며 방수작업을 하지만 효과가 없다. 겨울엔 추위, 여름엔 누수로 힘이 든다. 배관도 삭아서 녹물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세가 높은 수도자들이 잦은 감기와 폐렴으로 입원하는 등 공동체 규칙생활에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수도자 15명 가운데 6명이 70세가 넘는다. 연로한 수도자들의 건강과 함께 지원자들의 문화적 갈등과 성소 위기도 문제다. 공동 샤워실 2곳에 화장실 4곳.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와 각자 방에서 씻고 화장실에 버렸다. 기본적인 세면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특히 청원자들이 힘들어했다.
한 노 수녀가 말했다. “예전에는 세숫물을 받아놓으면 아침에 살얼음이 끼어있기도 했어요. 우리는 기도와 고행을 봉헌한다는 생각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힘든 부분인 듯합니다.”
몇 년 전부터 심야전기로 난방을 하지만 건물이 낡아 늘 춥게 지낸다. 비가 새 생긴 곰팡이는 호흡기 건강에도 좋지 않다.
아픈 수도자들이 늘어 더 이상 재건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리모델링으로도 한계가 있어 지금의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방법밖에는 없다.
김 나자렛 원장 수녀는 “고행의 삶을 살아가는 가르멜회가 환경적 상황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이 모순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도 없다”면서 “성소자가 없으면 수도원 존속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성소자를 위한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노인 수도자들에게 따뜻한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재건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 가르멜 여자수도원은 내년 재건축을 목표로 후원회 조직 등 건축비 마련에 나선다.
“신자들에게 손 내밀기가 죄송합니다. 기도밖에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은인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겠습니다.”
※문의 053-622-4408,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084-000002, 농협 301-0035-7009-51, 대구은행 504-10-137072-9 예금주 (재)대구가르멜여자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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