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은 6년에 걸쳐 죄 없는 도민 3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지나친 강경 진압이 진행된 배경에는 당시 복잡한 시대 상황 속에서 미 군정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화해·치유를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정확한 진실 인식과 함께 공동 협력이 필요합니다.”
3월 24~29일 ‘제주 4·3의 정의를 통한 사회 치유 한·미공동위원회’ 방문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4·3평화상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는 “공동위원단 설립 등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로 4·3사건에 대해 알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4·3사건 진행에 미국의 영향이 컸지만, 대다수 미국인과 의원들은 4·3사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번 방문은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하와이대 측 초청으로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진덕문 제주 4·3 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제주 서문본당 주임 양영수 신부, 제주대 고창훈 교수 등이 강우일 주교와 동행했다.
‘제주 4·3사건 정부보고서’(영문판)를 미 상하원에 전달한 강 주교는 2002년 교구장 부임 직후부터 4·3사건 관련 활동을 적극 펼쳐왔다. 가족을 잃고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교구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처참한 역사를 알리고 희생자와 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일종의 ‘소명 의식’을 느꼈다.
“끔찍한 역사를 ‘지나간 일’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올해 4·3사건 67주년은 주님 수난을 기억하는 성금요일과 겹쳐 더욱 새롭게 다가옵니다. 역사적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강 주교는 4·3사건을 ‘역사의 방향’을 함께 생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대하는 교회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차 바티칸공의회와 수난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려면 “교회가 사회 문제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되시어 세상 안에 거처를 정하고 머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실천’으로 옮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세상과 동떨어진 ‘종교생활’로 만족하기보다 사회 안에서 신음하는 형제들 곁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십자가의 길·추모미사 봉헌
한편 강 주교는 4월 3일 오후 3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야외광장 평화탑 일원에서 성금요일 합동 십자가의 길을 주례했다. 성금요일과 4·3사건 67주년이 겹침으로써 교구는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각각 진행해온 십자가의 길과 4·3사건 추모미사를 함께 봉헌했다. 4·3평화공원은 4·3사건 희생자 중 신원이 확인된 1만3887명의 각명비가 모셔져 있는 추모의 공간이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남한의 단독선거와 단일정부 수립 반대를 주장하며 무장봉기하면서 촉발됐다. 1954년까지 무장대에 대한 강경 진압이 이어졌고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 등으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됐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