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신부(청주교구 오송본당 주임)가 최근 발간한 「가나안에서 바빌론까지」는 지난 2012년 7월 초부터 2015년 3월 말까지 2년 8개월 간 청주교구 주보 2면에 실렸던 ‘역사서 해설과 묵상’을 한 데 모아 엮은 책이다.
주보를 기다리는 기쁨으로 한 주를 살았다는 애독자들이 있을 정도로 청주교구 신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연재가 끝났을 때 신자들의 아쉬움도 컸다.
이 신부는 지난 2007년 모세오경 해설과 묵상에 대한 책 「광야의 여정」(350쪽/1만원/가톨릭신문사)을 펴낸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한 「가나안에서 바빌론까지」는 「광야의 여정」의 연장선에서 여호수아기부터 열왕기까지 이르는 역사서에 대한 해설·묵상 안내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원 전 13세기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에 이르기까지 큰 시련과 고통을 겪었지만, 모세오경에서는 하느님께서 성조들에게 하신 땅의 약속이 성취되지 않았습니다. 이 약속은 여호수아기에서 비로소 성취됩니다.”
이 책은 역사서의 저술배경과 주제, 각 권의 개관과 구조, 주요 성경구절 해설과 묵상 안내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사무엘과 엘리야의 하느님 체험, 솔로몬 왕국의 분열과 남북 분단문제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 신부는 3000년 전 팔레스티나 땅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면, 과거에 벌어진 일을 현재의 관점에서 알아듣는 해석학적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날 대한민국, 교회, 신앙생활 등의 문제점들을 짚어볼 수 있도록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묵상주제를 던져주는 형식을 따랐습니다.”
역사는 단순 과거의 사실 나열이나 수집이 아니라는 이 신부는 여호수아기·판관기·사무엘기·열왕기 역시 신명기의 관점에서 기록됐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역사서에 접근하기 위해서 신명기의 원칙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어렵고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서를 오늘날 현실에 발 디디고 사는 신앙인의 삶의 자리에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충실히 돕는다.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더라도 각 성경구절을 선택해 신자들이 쉽게 역사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친절함도 잃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