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된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지금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엄마와 같이 진료실을 찾아왔다. 학생 이 호소하는 증상은 남앞에 나서질 못하겠다. 남을 의식하여 안경을 쓸수가 없다. 안경을 쓰면 주위사람들이 나를 주시하는 것을 느낀다. 누구든지 만나기가 싫고 학교에 다니기가 싫다 등등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겁이나고 밤이면 제대로 잠을 잘수가 없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꿈이 많고 변비가 심하다고 호소하였다. 이 같은 증상들은 어릴때부터 조금씩 있었는데 심하게 나타난 것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라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 성적이 우수하여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회의를 한다 든지, 학생들앞에서 자기의견을 발표해야 될 경우가 많아 항상 긴장된 생활을 해왔으며 남을 의식하는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학교가 두려워질 정도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더욱이나 담임선생님이 자기한테만 질문을 하니, 그 시간만 되면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고 하였다. 엄마의 이야기로는 어릴때부터 책만 좋아하여 애들하고 어울리지도 않고 집안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만화책 등 책을 그렇게 좋아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공부도 잘하고 아무 탈없이 학교에 잘 다니던 애가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한탄하였다. 학생과 면담하면서 밝혀진 내용은 다음과같다.
첫째, 어릴때부터 이사를 너무 많이 다녔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부 합치면 열 번은 더 넘을 거라고 한다. 동네 애들하고 사귈만하면 이사를 하고, 동네애들 집에도 놀러다니고, 동네애들이 자기집에도 놀러올수 있게되면 다시 이사를 가야만했다고 한다. 이사할때마다 학교도 옮겨야 되었는데 국민학교를 학년마다 옮겨다녔다고 한다. 같은반 애들을 제대로 사귈수가 없었고 학교 공부에 항상 신경을 써야했으며 늘 불안한 상태로 마음에 안정감이 없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사할 때마다 집안에서 책만보고 지냈으며, 동네애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게 됐고 학교에서도 반애들과 사귈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주위애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같은 불안을 공부에 전념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자신을 지켜나갔다고 하였다.
둘째는, 어머니는 약국을 경영하였고 아버지는 대학에 재직하는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들이었다. 가정일은 가정부가 맡아서 하였다. 학교에 갔다오면 그 가정부와 놀거나 장난감하고 놀아야만 돼있다고 한다. 부모는 항상 바빠서 같이 지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하였다. 더우기나 어머니는 약국일에 바쁘니 너희들이 엄마를 이해해야 된다고 하였고 애들이 잘못한 일이 있으면 매로 다스렸다고한다.
특히 남들 앞에서 실수를 하거나, 식사도중에 반찬이나 밥을 흘렸을때는 몹시 혼났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가정교육에 잘못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부모가 항상 집에 있질 않았다. 어린애는 항상 어머니가 곁에 있다는 인식을 할수 있을 때 안정감을 가지고 동네애들과도 어울리고 싸우기도 하며 새로운 세계에 도전을 할수있었을텐데, 이 학생은 어릴 때 그런 기회를 박탈당했던 것이다. 더욱이나 이사를 자주함으로써 어린애 자신이 스스로 노력하는 기회까지도 주어지지 못했던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따라서 이학생은 어릴때부터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적응능력을 배울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부동산에 눈이 어두워 이사가는 것을 너무나 쉽게 밥먹듯이 하는것을 보면 필자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자녀교육 가정교육보다는 물질에 대한 욕망이 앞서가는 현세의 흐름이 인생의 삶과 가치를 어디로 끌고갈는지 걱정이다.
최수호<가톨릭의대 의래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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