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법부의 귀감으로 추앙받고 있는 故 金洪燮 판사(바오로)의 20주기를 맞아 한국종교법학회(회장ㆍ이태재)가 지난 3월 16일 오후 2시 서울종로구 신문로 1가 한글회관에서 고인을 주제로 기념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심포지움은 이미 발표되고 알려져 있는 사실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 사법사상 한 법조인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 이날 심포지움은 최종고 교수(서울대법대) 최석우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장) 나항윤 변호사(전대법원판사) 장순용 변호사(전 광주고법원장) 등 4명이 각각 주제를 발표했다.
최 교수는 「김홍섭의 생애와 사상」 최 신부는「가톨릭교인으로서의 김홍섭」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고、 나 변호사는 「김홍섭에의 회상」장변호사는「김홍섭의 불가사의」란 제목으로 고인의 일화와 발자취를 회고했다.
이미 10년전 고인의 10주기를 맞아「사도법관 김홍섭」이란 저서를 통해 김홍섭의 생애와 사상을 집대성한바 있는 최종고 교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나마 청렴한 법률가로서、양심적 지식인으로서、풍부하고 흔쾌한 예술가로서、그리고 무상(無常)을 넘어 상생(常生)을 동경한 종교인으로서 한점 티없이 살다간 김홍섭의 이름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빛날 것』이라고 김홍섭의 생애를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어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것은 어쩌면 김홍섭의 법관으로서의 이력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가 갖고 있었던 사상과 신앙의 잊을 수 없는 매력과 존경심에서 일것』이라고 전제、 김홍섭의 사상을 법률관 종교관 자연관 문학관 인생관으로 대별 고찰 했다.
『한국의 법률가들이 법률가 스스로를 존경해주고 사랑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해 줄 사람이 없다』고 지적한 최 교수는 『김홍섭의 20주기를 맞아 김홍섭에 대해 더욱 밀도 깊게 연구하고 그분의 뜻을 이 땅에 실천하는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국의 사법부가 뜻을 모아「김홍섭기념관」이나 「김홍섭법문화관」을 건립할 것을 촉구하고 『김홍섭의 생애와 사상은 한국의 청소년 아동들을 문고에도 소개되고 TV드라머를 비롯 여러 매스미디어를 통해 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교인으로서의 김홍섭」을 주제로 발표한 최석우 신부는 『절대자를 시인하고 그 절대자에게 내가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하는데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킨 것이 천주교이기에 나는 오랜 구도의 편력 끝에 두고두고 찾던 진교(眞敎)를 구했다』고 대만족한 김홍섭의 자서전 내용을 인용、김홍섭의 개종 동기는 『개신교의 절대자 개념과 불교의 수행방법을 가톨릭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신부는 『김홍섭은 말과 모범(표양)으로 평신도사도직을 실천한 분이며 특히 모범을 통한 전교활동은 말로써 이루기 힘든 일을 많이 이룩한 분』이라고 평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데 있어 법 차원을 떠나 사랑의 차원에서 생활했기에 그의 생활은 바로 수도자적인 삶이었다』고 강조했다.
나항윤 변호사는 「김홍섭에의 회상」이라는 제목으로 1956년 세종로본당 신자로서 김홍섭과의 만남을 회고하면서 김홍섭은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심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과 『법관은 양심과 법률에 따라 심판할 수 있다』는 실존법의 틈바구니에서 누구보다 고심했던 분이라고 회상하고 『자신이나 다른 법관이 사형을 언도한 사형수가 교수형을 기다리는 동안 영세 입교시켜 죽은 후 천주님 앞으로 간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아무 두려움 없이 죽음에 임하도록한 행적 하나만 하더라도 그의 평신도로서의 공로는 길이 남을 것』이라고 예찬했다.
서울지법ㆍ서울고법ㆍ광주고법원 등지에서 김홍섭을 상사로 뫼시고、그의 대자(代子)로서 사랑을 받아온 장순용 변호사는 「김홍섭의 불가사의」라는 제목으로 김홍섭의 청렴결백한 생애를 소상히 증언했다.
장 변호사는 『김홍섭은 전주지방법원장 재직시 법원청사 정문을 10여년 이상 출퇴근하던 서울법원 청사 정문과 같이 세우려고 하면서도 서울법원 청사 정문구조를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로 잡사에는 초연했던 분』이라고 추모하고 탈색한 군복바지、누런 봉투에 싸다니고 다닌 단무지 반찬의 도시락、관용물은 봉투 하나 편지지 하나 사용(私用)으로 사용치 않은 청렴의 생활로 일관하면서도 그가 지목한 대상은 판사、검사、변호사를 막론하고 입교를 권고하고 업무 외에는 책상을 떠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초연한 그의 생활은 속인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다』고 회상한 장변호사는 그의 청렴한 생활、사람들의 마음을 심연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무한한 힘과 정열이 어디에서 용솟음치는지 불가사의할 뿐이며 그토록 열정적으로 구도자의 길을 달려온 그가 임종시 병자성사를 받고서도 『막상 죽음 앞에 서니 왜이리 죄가 많은지 모르겠다』고 고백한 것은 풀지못할 불가사의 중의 불가사의라고 회상했다.
<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