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님이 파견하는 수도자, 고해를 들을 사제, 성모 마리아는 신앙생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으로 후대에 전했습니다. 기리시탄들은 교황님을 그리는 마음으로 일곱 세대가 지나면 죄의 고백을 들어주는 사제를 교황님이 파견해 주신다고 믿고 기다렸습니다.
한편 교황청도 박해 중의 일본교회에 대한 걱정의 시선을 잊지 않았습니다. 개국이 가까워지던 1846년에는 일본을 사도좌 대리구로 정해 재선교를 시작했습니다. 파리외방전교회의 지라이르 신부는 1862년 요코하마에 처음으로 교회를 건립했고 비오 11세 교황은 26복자를 시성하여 보편교회에 일본교회를 알렸습니다. 그리고 5년 뒤에는 205위의 순교자를 시복해 일본교회를 격려하였습니다.
에도 막부는 불교정신으로 서민사상을 통합하려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리시탄 적발에 힘썼고 1635년경부터는 매년 정월에 슈몬아라타메라는 것을 시행했습니다. 개개인의 종교를 기재하라는 제도였습니다. 이 제도로 모든 주민은 필수적으로 어느 종파에, 어느 사찰에 소속해 있다는 단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단카는 기리시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책임을 절에게 지우는 제도로 발전되었습니다. 슈몬아라타메는 코사츠 제도의 철거와 함께 끝납니다. 하지만 단카 제도는 존속되었습니다. 쇄국은 해안 방비나 무역관리의 목적보다는 그리스도교의 전래로 막부정권이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일본 종교와는 문화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훗날 그리스도교는 쇄국정책에도 개국정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신자발견을 계기로 기리시탄들은 관리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공공연하게 표명했습니다. 그러자 메이지 정부는 기리시탄들을 다시 검거했습니다. 특히 우라카미 지역에 살던 300~400여 명의 신자들은 고젠카이기(메이지 헌법으로 천황출석 하에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회의) 결정에 따라 21개 장소로 유배당합니다. 이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메이지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자 1873년 2월 ‘기리시탄 사츠’라 부르는 고찰을 철거했습니다.
그리고 16년 후인 1889년(메이지 22년) 대일본제국 헌법 제28조를 통해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습니다. 이로써 일본인들은 처음으로 신앙의 자유를 자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리시탄들은 ‘바다에 보이는 아버지의 배’, ‘마루니야의 글씨 마리아가 적힌 돛이 보인다’ 등의 말을 흥얼거리며 성모님의 인도로 교황님께서 파견하는 사제가 올 날을 기다렸습니다. 250년간 보편 교회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립되었던 신자들은 루르드의 성모 발현 7년 후 성모님의 인도를 받은 사제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제를 통해 성체 안의 예수님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와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1969년 이후 3월 17일은 임의로 정한 ‘나가사키 신자발견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013년 10월 28일자로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일본 신자발견의 성모’라는 일본 고유축일의 제정을 인증해 주었습니다. 2015년 올해부터 3월 17일은 정식 축일이 됩니다.
50년 전 신자발견 100주년 축하가 있었습니다. 그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개막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교회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쇄신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 공의회 정신은 교회 안에 충분히 침투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신자발견 150주년 기념을 계기로 처음으로 교구 신자 대표회의(시노드)를 작년에 개최하여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였습니다.
기리시탄의 용맹함에서 일관성 있는 신앙생활을 배우고 복음을 중심으로 쇄신과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전부터 사교, 사종교라 불리던 그리스도교의 ‘교회군’을 정부는 금년 1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에 추천하였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참모습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여 복음화를 위해 적극 매진할 은총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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