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평소 잘 아는 젊은 신부님이 나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키도 크고 잘 생긴 그 신부님은 모 교구 대학생 연합회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대학교 가톨릭 동아리 학생들 모임을 지도해 준답니다. 그래서 동아리 시간이 되면 신부님은 정장 차림에 로만 칼라를 하고 간답니다. 그리고 동아리 시간 동안 학생들과 성경 말씀과 학교생활의 어려움 등을 나누고, 자신의 경험도 들려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톨릭 동아리의 여학생이 모임 끝나고 찾아오더랍니다. 그러더니,
“신부님, 혹시 신부님도 소개팅할 수 있어요? 우리 과 선배 언니가 신부님과 소개팅을 하고 싶대요.”
전혀 예상 밖의 질문을 받은 신부님은,
“내가 가톨릭 신부인데도?”
“아무 상관없대요.” “그런데 왜 나랑 소개팅하고 싶대?”
“신부님 얼굴이랑 외모, 그리고 풍기는 모습이 자신의 이상형이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신부님은 기분은 무척 좋은데, 아주 난감했답니다. ‘이 일을 어쩌나’ 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그래, 좋아. 다음 주 동아리 모임 한 시간 전에 여기서 만나자고 전해 주렴.”
그러자 그 학생은 방글방글 웃으며 가더랍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 신부님은 모임 한 시간 전에 동아리 모임방으로 갔답니다. 그랬더니 그 여학생과 선배 언니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부님의 표현에 의하면, 선배 언니는 예뻐도 - 너무나도 예뻤답니다. 그 여학생은 두 사람이 좋은 시간 되라며 자리를 피해 주었고, 예쁜 선배 언니와 젊은 새 신부님, 이렇게 두 사람이 침묵이 흐르는 조용한 공간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런데 신부님은 그날의 이야기는 해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선배 여학생은 결국 몇 달 후에 가톨릭 신자가 되었고, 새롭게 생긴 남자 친구까지 영세식에 왔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배 여학생은 지금, 대학 4학년이 되었고, 여전히 신앙과 자신의 삶을 잘 이어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끝맺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던 나는, ‘에이, 왜 이래!’하며, 중간 이야기 빼 먹지 말고, 그날 첫 만남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신부님은,
“에이, 뭐 별거 있겠어요. 그날, 그 여학생이 나에 대해서 갖는 모든 호감을 있는 그대로 잘 받아주고, 잘 들어준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어색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사람이 좋은 이성을 찾는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잖아요. 그날, ‘내가 신부’라는 말, ‘신부가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등 이런 말은 한 마디도 안 했어요. 그냥 한 시간 동안 좋은 대화를 나누었고, 혹시 시간 된다면 가톨릭 동아리 모임에 한 번 참석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대요. 그리고 동아리 모임 중에 내가 하는 역할을 그냥, 가만히 지켜보더니, 그 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스스로 가톨릭 신자가 되겠다고 했어요.”
그 신부님 이야기를 듣는데, 고맙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좋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하느님께로 건네준 그 신부님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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