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 주땡 신부님, 사순시기가 되니 무거운 숙제가 주어졌어요.
주땡 : 숙제라뇨? 민이 형제님은 직장인인데, 회사에서도 숙제를 해야 하나요?
민이 :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사순 동안 성경을 읽으라고 범위를 정해주셨어요. 아무래도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성경 읽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주땡 : 저런! 아무리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성경 읽기를 소홀히 하면 안 돼요. 성경을 읽지 않으면 예수님을 알 수 없고, 신앙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참되고 충만한 기쁨을 맛볼 수 없거든요.
민이 : 물론 그렇겠지요. 그래도 성경을 꾸준히 읽는 것은 참 힘든 것 같아요.
주땡 :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예요. 당신은 어떤 분이시며,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말해줍니다. 한 성경 잡지에서는 ‘성경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라고 표현한 것을 본적 있습니다.
세라 : 연애편지라고요? 그렇다면 하느님이 직접 성경을 쓰신 건가요?
주땡 : 하느님은 성경을 저술하는 데 인간을 선택하셨어요. 몸소 그들 안에 또 그들을 통해 활동하시면서 당신께서 원하시는 것만을 기록하도록 했죠. 이렇게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여러 사람에 의해 대물림하며 작성된 것이 나중에 편집되어 묶이면서 성경이 됐어요.
세라 : 마치 허준이 동의보감을 집대성한 것과 비슷하군요!
주땡 : 맞아요! 예리하신데요? 그리고 성경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성전(聖傳)을 빼놓을 수 없어요. 계시의 두 원천은 ‘성전’과 ‘성경’이 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것 이외에도 예수님을 믿고 따르던 사람들의 공동체에는 그리스도와 성령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하느님 말씀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것을 ‘거룩한 전승’, 곧 성전이라고 해요.
세라 : 성전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주땡 : 예수님께서 설교하신 말씀이나 행적들을 목격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서로 말로 주고받아 전했어요. 나중에는 전해 내려온 성전을 성경으로 기록하게 된 것이에요. 일기를 예로 들어봐요. 우리는 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일기에 적진 않아요. 중요한 일만 적죠.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성전과 성경을 하느님 말씀으로서 똑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거예요.
세라 : 그렇다면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전도 알아야겠네요?
주땡 : 그럼요. 2천 년이 지난 오늘날 원문도 아닌 우리말로 번역된 성경을, 더군다나 풍속과 생활환경이 다른 우리가 그것을 읽기만 한다고 올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겠죠. 성전을 보존해왔고, 그것을 권위 있게 가르칠 수 있는 가톨릭교회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성경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민이 : 저도 이번 사순에는 주임신부님 안내에 따라 성경 읽기 삼매경에 한번 빠져볼까 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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