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형제자매,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종전 70년을 맞아 새롭게 평화에 대한 결의를 표명합니다.
올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폐막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20세기 전반 교회는 2번의 세계대전과 대량학살을 경험했습니다. 이런 비극의 반성에서 교회는 인류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을 자각했습니다.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 아시아 나라들에 대한 침략은 아시아인들에게 큰 고통과 희생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인에게도 제2차 세계대전은 비참한 체험이었습니다. 그 체험들에서 일본의 평화헌법이 공포됐습니다.
교회는 군비 경쟁과 무력에 의한 분쟁해결에 대해 반대해왔습니다. 회칙 「지상의 평화」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는 평화를 요청했고, 1981년 히로시마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 연설에도 전쟁에 대한 확실한 거부가 나타나 있습니다.
주교단이 일본헌법의 부전(不戰) 이념을 지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쟁포기는 그리스도인에게 복음의 요청이며, 인류 전체의 포기할 수 없는 이상(理想)입니다.
주교단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명을 자각하는 것은 전쟁 중 일본교회가 취한 자세에 대한 깊은 반성에서 생겨난 것이기도 합니다. 1986년 아시아주교연합회총회에서, 시라야나기 세이이치 대주교(당시 도쿄대교구장)는 “일본 주교들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이 가져온 비극에 대해 하느님과 아시아·태평양지역 형제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저지른 죄의 역사를 고치고 부정하려하는 움직임이 현저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비밀보호법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 등 헌법 해석을 바꿔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일본 주변국 중 국가주의를 강조하는 움직임에도 걱정합니다. 이러한 긴장 속에는 끈기 있는 대화와 교섭이 필요합니다.
일본 안에 심각한 문제는 오키나와에 지역사람들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새 기지건설입니다. 군비우선·인간무시는 평화를 쌓는 노력과 결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군사적 대립과 테러의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폭력에 대항하는 새로운 폭력의 반복은 파멸을 향할 뿐입니다.
기업과 금융시스템의 힘에 지배당하는 세계에서 가난한 이들이 배제되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세계의 빈곤·환경·격차·소외의 문제에 맞서야 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바꾸고, 인내로써 평화와 이해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히로시마 ‘평화 호소’를 상기합니다. “목표는 항상 평화여야만 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평화를 향한 길만이 평등, 정의, 이웃사랑을 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길입니다.”
2015년 2월 25일
일본 가톨릭 주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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