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녀 이성례 마리아(1801~1840)의 절절한 모성과 신앙을 음악으로 표현한 창작 음악극 ‘천주께 감사’가 2월 28일 오후 7시 서울 당고개순교성지에서 초연됐다. 신자 300여 명이 숨을 죽인 채 초연을 지켜봤다. 당고개성지는 이성례 복녀가 기해박해 중 순교한 곳이다.
‘천주께 감사’는 교회예술기획 ‘공간 광’(대표 정준구)이 4년에 걸쳐 기획한 ‘고통이 깊을수록 영광은 빛이 되어’의 첫 번째 작품이다.
정준구(십자가의 성요한) 대표가 기획·연출·대본·지휘, 주지훈(베네딕토)씨가 작곡을 맡았다. 유은희 수녀(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역사전문위원)가 대본을 감수해 작품의 역사적 진실성을 담보했다.
‘천주께 감사’는 기해박해의 시대적 배경과 이성례 복녀의 가족관계를 설명하는 프롤로그로 시작됐다. 이어 옥중에서 복녀의 막내아들(최 스테파노)이 굶어죽는 장면, 애끊는 모정에 이끌린 복녀의 배교 등이 그려지면서 신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배교로 풀려난 복녀가 회심하고 다시 형장에 끌려와 사형을 언도받은 후 “천주께 감사. 여기 작은 종이 당신께 가나이다. 천주님 받아주소서”라는 마지막 고백을 전하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막이 내리고도 상당수 관객들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보냈다.
‘천주께 감사’는 실내 조명을 모두 끈 상태에서 오르간 하나만으로 반주해 절제되고 엄숙한 분위기 아래 관객들의 작품 몰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출연 배우들 역시 일체의 동작없이 목소리만으로 연기함으로써 170여 년 전 순교의 현장을 청각적으로 현재에 그대로 옮겨온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주인공 이성례 복녀 역을 맡은 이현정(체칠리아)씨는 초연을 마치고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성례 복녀에 대해 처음 알게 됐지만 복녀의 삶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성화된 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은희 수녀는 “젊은 음악인들이 순교자를 기리는 창작극을 만들었다는 데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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