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영성을 ‘옹기’라는 키워드를 통해 보다 심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옹기’는 박해 시절 신앙 선조들의 생계수단이자 선교 도구 등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교회와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김 추기경은 생전에 “신앙인들은 ‘옹기’가 지니고 있는 겸손과 수용의 깊은 의미를 묵상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선교와 친교, 나눔의 그릇이며 더불어 좋은 음식만이 아니라 오물까지도 담아내는 품이 큰 그릇”이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김 추기경은 이러한 의미를 담은 ‘옹기’를 아호로 삼아, 신앙선조들의 순교신심을 구현하고 사회복음화의 뜻을 펼치는데 힘을 실어왔다.
‘김수환 추기경의 옹기영성’을 주제로 연구한 바 있는 주원준 수석연구원(한님성서연구소)은 “‘옹기’, ‘옹기장이’, ‘옹기촌’이라는 주제어는 김 추기경의 생애를 풀어갈 키워드일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고유한 특징을 다지고 한국 신학의 미래를 여는 비전을 담고 있다”고 밝히고 ‘옹기영성’을 “역사적 맥락이나 신학적 대상으로 살펴보는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김 추기경은 ‘옹기영성’을 근간으로 동시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대사회적 활동도 멈추지 않는 이른바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인간형’을 보여준 인물”이라며 “한국 평신도들은 스스로가 세상 안에서 ‘새로운 인간형’을 드러내야할 주체이므로, 그 삶에 대해서도 깊이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김혜경 박사(대구가톨릭대 강사)도 “옹기는 발에 채여 굴러다니기도 하는 별 것 아닌 존재이지만, 밥부터 오물까지 어떤 것이든 담아낼 수 있다”며 “우리 민족, 특히 서민들의 삶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우리 민족의 얼과도 연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추기경은 신자들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지도자로서, 사회와 민족의 복음화에 지속적인 힘을 기울여온 인물”이라며 “민족 복음화 관점에서도 옹기영성은 깊이 연구해야할 뿌리”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김 추기경 선종 6주기를 맞이하는 시점에서도 그의 영성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심화하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한 인물의 영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연구 성과를 축적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김 추기경의 삶과 생애를 연구하는 노력은 뜻있는 평신도 신학자의 의지에만 맡겨진 경우가 많았다.
현재 김 추기경의 영성 연구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은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가 주관하는 심포지엄과 콜로키움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정도다. 교회사 부문을 제외하면 한국 고유의 신학적 인프라를 거의 쌓지 못해온 현실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주원준 박사는 “구체적으로 김 추기경의 생애와 사상을 신학의 대상으로 삼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주교회의가 운영하는 ‘명도회’처럼 평신도 신학자들 자발적으로 연구하도록 지원하고 논문 공모 등을 하는 것도 모범적인 지원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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