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단어는 ‘사랑’이었다. 이후 7일간, 그는 마주앉은 사제들이 주님 사랑에 푹 젖도록 이끌었다. 그의 일생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사랑의 신학’이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특히 그는 “기도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일어서지 말고, 하느님께서 이야기하실 시간을 드리자”고 권했다. ‘경청(傾聽)’을 다시금 당부한 말이다.
「거룩한 경청」(우광호·이승환 엮음/ 232쪽/ 1만3800원)은 15년 만에 공개되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강연 모음집이다.
김 추기경은 지난 1999년 5월 7~14일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주최로 열린 사제 연례 피정 강연을 맡았다. 그가 일주일이나 한 곳에 머물며, 열두 차례에 걸쳐 릴레이 강연을 펼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게다가 그 해 김 추기경은 추기경 임명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래서인지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 문제 등을 풀어내는 ‘원로 사제’의 말은 더욱 깊은 묵상과 진한 감동을 자아냈다.
「거룩한 경청」에서는 그가 첫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 하루 두 번 풀어낸 강연을 담아냈다. ‘이 순간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 마음의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다’, ‘하느님께서 먼저 인간을 찾아 나서다’, ‘당신과 같이 만들기 위해서’, ‘십자가에 몸소 오르다’, ‘나를 업고 걸어가시다’ 등 매일을 여는 주제어부터 읽는 이들의 마음을 열어준다. 일곱째 날 부분에서는 김 추기경이 생전에 실천하고 강조한 영성을 총체적으로 정리했다. 끝까지 지켜야할 가치인 ‘사랑’에 대한 당부들이다. 이어 책 끝머리에는 ‘김수환 추기경, 그의 생애’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김 추기경이 남긴 강연 내용은 월간 ‘가톨릭 비타꼰’ 우광호 편집장과 이승환 편집기자가 정리해 엮었다.
우광호 편집장은 “이 책에 담긴 김 추기경의 강연은, 모든 것을 신의 섭리에 맡기면서도 땅을 딛고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가 낳은 산물”이라며 “때문에 가톨릭 사제와 신자들 뿐 아니라 올곧은 삶을 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귀기울일만한 삶의 지침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