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주보에 난 이 공지를 보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됐다. 당장 길을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환갑을 넘긴 초로였다. 173cm 키에도 체중은 평생 60kg을 넘어 본 적이 없는 약골이었다. 몇 년 전 암 수술도 했다. 우선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부터 시작했다.
64세 봄, 홀로 길을 나섰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걸은 길은 930km에 달하는 거리였다.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디며, 이 길은 ‘하느님과 함께 걷는 영혼의 산책길’이라고 고백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알게 된 것은 하느님의 사랑 없이는 내가 존재할 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알량한 머리로 감히 내가 당신을 선택했다는 얼토당토않은 교만을 부렸음에도 나를 내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품어주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황금석(아우구스티노)씨는 최근 산티아고 순례기 「까미노 데 산띠아고」(463쪽/ 1만5000원/ 으뜸사랑)를 선보였다. 남프랑스 작은 마을 생장 피에 드 포르에서 북 스페인 무씨아까지 53일 동안 걸어온 여정을 실은 책이다.
홀로 걸었지만, 그 길 위에서 하느님과 나눈 대화는 풍성했다. 수많은 길동무들과 삶의 활력을 주고받았다. 길을 품고 있는 자연과 각 마을 성당, 성지 등의 모습도 머리와 마음에 깊이 새겼다. 이러한 여정은 저자의 꼼꼼한 묘사 솜씨를 통해 책으로 엮어졌다. 덕분에 독자들은 매일 매일의 순례길을 직접 걷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 내려갈 수 있다. 준비 과정과 준비물 등도 빠짐없이 기록해 도보순례 초보자들에겐 순례 참고서로도 추천할 만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하고, 성격 유형 전문 강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나는 이제 더는 하느님의 선택을 확인하려고 하거나, 당신의 현존을 믿게 해 달라는 투정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에서 그분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고, 감사하는 생활을 통해서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으므로!”
서울대교구 총대리 조규만 주교는 이 책 추천사에서 “어쩌면 우리 삶이 한 편의 도보 성지 순례일지 모른다”며 “이 책을 통해서 ‘까미노 데 산띠아고’, 아니 더 나아가 하느님을 향한 여러분의 인생 여정을 계획하고 도전하시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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