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오전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5층 아동병실. 팔에 링거줄을 매단 채 병실 밖 복도로 나선 어린이 환자들이 모처럼 기분 좋은 웅성거림을 만들어낸다. 웅성임의 한 가운데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들이 한 가득 실린 카트가 놓여 있다.
카트에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고르고 있던 이주원(6)군은 “병원에 입원해 누워만 있기가 심심했는데 병실까지 책을 가져다 주셔서 감사하다”며 “봉사하시는 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환자복에, 주렁주렁 매단 링거줄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든 어린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아진다.
이날 환우들을 위한 책을 싣고 어린이들을 찾은 이들은 이 병원 토요 봉사자인 신동원(사도 요한·63·인천교구 상동본당) 황영미(아녜스·57)씨 부부. 신씨 직장이 경기도 안성에 있는 관계로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도 토요일마다 있는 봉사활동에는 빠지는 일이 없다. 한 주 동안의 힘든 직장 일을 마친 터라 쉬고 싶은 마음이 생길 법도 할 텐데 오히려 토요일이면 더 힘이 솟는다는 부부는 이른 아침 어김없이 병원으로 향한다. ‘자원봉사자 모집, 55세 미만’이라는 본당 주보 공지를 보고 나선 일이 벌써 7년째다.
아내 황씨가 팀장을 맡고 있는 토요 봉사팀에는 그녀의 동생 황영자(안나)씨, 조카 신혜원(아녜스)씨는 물론, 친구 박명실(로사)씨, 교우 양선옥(베네딕타)씨, ME 동기 이종희(프란치스코)씨 등 두 사람의 가족과 지인들이 유독 많다.
“우리 부부가 봉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가까운 분들이 ‘나도 봉사하고 싶다’면서 토요 봉사팀의 한 식구가 됐어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면 병원에 도착하는 두 사람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자원봉사자실이 있는 4층 성당이다. 이날도 부부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성당문부터 열었다. 봉사할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 기도부터 바친다.
“주님, 오늘 하루 환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봉사자들과 환자들을 축복하소서.”
기도 후에는 자원봉사자실로 자리를 옮겨 병원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환자와 가족들이 사용할 주보를 정리한다. 주보를 접으면서도 마음 속으로 환자들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바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그제서야 토요 봉사팀원들이 하나 둘 자원봉사자실로 찾아든다. 오전 9시20분 봉사자들과 병원 성당에 모여 ‘하느님 자비의 5단기도’와 ‘친절기도문’을 바치고 복음말씀을 읽다보면 그날 봉사의 진용이 갖춰진다.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봉사에 앞서 황 팀장이 그날 참여 인원을 고려해 각자가 할 봉사 자리를 배정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봉사의 막이 오른다.
이날은 모처럼 신씨 부부가 호흡을 맞춰 도서 대여와 수납 봉사에 나섰다. 층별로 병실을 찾아가 신씨가 “평화를 빕니다. 책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책을 빌려주면 아내 황 팀장은 옆에서 도서 대여 목록을 작성한다.
도서봉사에 이어진 수납 봉사는 병원을 처음 찾는 환자들이나 전자 기기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된다. 진료를 받고 나오던 한 환우가 자동수납기 사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자 이내 달려가 자상하게 사용법을 안내한다. 부부는 자동수납기나 서류발급기 등의 사용 안내와 약국과 병원 내 시설 위치를 알려주는 봉사 등 크고작은 봉사를 가리지 않는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환자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저희 힘이 주님을 전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부부의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조그만 선행이 가족과 친지를 넘어 수많은 이들에게 퍼져가는 모습에서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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