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년대에 권(權)은 민(民)에게, 부(富)는 빈(貧)에게, 강(强)은 약(弱)에게 봉사하며 서로 자리를 바꾸고 있습니다. 인류 문화가 공존(共存), 공생(共生), 공조(共助), 공영(共榮)의 공통문화로 발전해 하느님의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입니다.”
현대 신학의 거목 정의채 몬시뇰. 그는 90세 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교회는 물론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정 몬시뇰은 “제3천 년대 인류문화사의 중심은 동양이고, 그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바로 한국교회”라고 단언한다.
「인류 공통문화 지각 변동 속의 한국 3」은 미래를 이끌어갈 방향과 대안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지난 2012년 첫 선을 보인 시리즈의 완결편이기도 하다.
일반 대사전 규모의 묵직한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정 몬시뇰의 삶과 신앙, 지혜를 한 데 드러낸다.
인류 ‘공통문화’의 핵심은 ‘공존’, ‘공생’, ‘공조’, ‘공영’이다. ‘지각 변동’은 그리스도 사상의 핵심인 ‘사랑’이 일으키는 변화다.
정 몬시뇰은 “새 천 년대 즉 기원 3천 년대는, 1·2 천 년대와는 전혀 다른 인류 공통의 삶(문화)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때이며, 인류 문화의 축은 동양으로 움직이는 형국이 됐다”고 말한다. “동양은 지구상 가장 큰 대륙이자 위대한 종교와 사상들의 산출지이고, 풍부한 물적·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 몬시뇰은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선도(先導)하고 또 선도(善導)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인류 공통문화 지각 변동 속의 한국 3」은 한국교회 역할뿐 아니라 하느님 창조계획의 비전과 그 실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정 몬시뇰은 “인류 문화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인간 삶의 표현이기에, 하느님을 닮은 ‘사랑의 문화’로 진화해 간다”며 “3천 년대는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계획을 완성하고 그분께로 돌아가는 하느님 창조경륜의 더 높은 실천단계”라고 설명한다.
고령화와 청년 이탈, 절충주의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는 한국교회의 문제 등도 따끔하게 지적하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정 몬시뇰이 국내외에서 펼쳐온 강연과 학술 발표 원고, 기고 등은 이러한 의견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정 몬시뇰은 특히 이 책을 통해 한국은 이 새로운 1000년대 세계사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독려한다.
“현재까지 식민지 출신 국가가 원조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탈바꿈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무엇보다 한국은 침략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과 침탈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불신과 피해의식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이어줄 다리”라고 강조한다.
한국사회가 먼저 실천할 과제 중 하나로는 “한국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제시했다.
“현대의 위기는 젊은이들의 봉사와 그 근본인 사랑이 확대될 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봉사하고 뛰어난 역량으로 이바지하는 것은 공존, 공생, 공조, 공영하는 시기를 이끌어가는 시작입니다.”
정 몬시뇰은 오래 전부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들숨의 형태로 들어온 교회가 날숨의 형태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펼치는 진정한 사랑의 봉사”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섬김’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 한다. 정 몬시뇰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시아 방문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도 한국을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 창조계획의 새로운 실천, 제3천 년대를 여는 개막”이라고 전한다.
한국이 3천 년대의 여명을 열어갈 나라라고 확신하는 만큼 우려도 크다. 정 몬시뇰은 “한국이 3천 년대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정신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성모 마리아의 뜻에 따라 묵주의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기도하는 이들이 현저히 줄어드는 현실은 위기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건은 인간교육이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하느님을 대하며 형성되는 양심과, 하느님 없는 양심 교육의 차이가 바로 새 천 년대 발전을 좌우한다는 것이 정 몬시뇰의 조언이다.
“가톨릭교회는 이 사회의 중심에서 사랑을 실천지침으로 삼아 새 천 년대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교회는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근원을 바탕으로 인류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적극 실천할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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