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중후반, 필자에겐 혈육으로 맺어진 형제 외 8명의 형제가 더 있었다. 프란치스코와 안젤로, 요한, 토마스, 라파엘, 도나토 등. 모두 하느님이 맺어준 형제들이다. 프란치스코는 필자를 하느님 품으로 인도한 대부다. 대부는 필자를 포함한 6명의 대자를 뒀다. 그 가운데 프란치스코 세례명을 쓰는 2명의 대자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들을 구분하기 위해 세례명 앞에 성을 붙여 쓰기로 했다. 소씨 성을 가진 대부는 ‘소코’, 이씨와 강씨 성을 가진 분은 각각 ‘이코’ ‘강코’라고 불렀다. 형제 가운데 나이가 같거나 비슷한 형님들은 서로 형님하겠다며 다투기도 했다. 생일이 빠른 형님은 생일을 따지자고 했고, 다른 형님은 세례 받은 날짜로 하자고 맞섰다. 안젤로와 요한은 대부의 친구여서 형제모임에 자연스럽게 함께했다.
필자는 세례를 가장 늦게 받았다. 어떤 형님은 필자가 세례 받을 때 대부에게 대자가 너무 많으니 더 이상 대자를 두지 말라고 협박(?)을 했다는 후문도 들었다.
어쨌든 형제들은 잘 지냈다. 함께 피정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휴가도 같이 갔다. 좋은 건수가 있으면 우린 총알같이 모였다. 특히 이코 형님은 툭 하면 운영하는 냉동창고에서 낙지와 오징어를 상자째로 들고 와 “소주 한 잔 하자”며 우리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사태 때 대부의 사업 실패로 모임은 해산됐다. 보증 문제로 형제들끼리 싸우기도 했다.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9명 가운데 4명의 형제만이 가끔 식사자리를 만들어 마음을 나누고 있다. 18년이 지났다.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모든 것 훌훌 털고 얼굴만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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