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신수련의 첫째 주간에 들어가면서 우선 좀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가 어떤 눈으로 이 세상과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건강하고 올바르지 못한 시선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시각을 전제로 신앙생활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업적들을 쌓아 올려 가고 있다면, 기초부터 흔들려 마침내 전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치 자연과 인간이 내 바깥에, 누가 봐도 똑같은 존재로서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유시찬 신부는 유시찬 신부로서 객관적으로 그렇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허나 이것은 착각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보는 눈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유시찬 신부를 지니고 있을 따름입니다. 자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대부분, 거짓된 자아인 에고 시스템에 좇아 자기만의 세상과 인간들을 만들어 내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낼 때 주로 범하게 되는 가장 큰 오류는, 세상 모든 것을 상대적 둘로 나누고, 나눈 것에 대해서는 서로 우열의 차이를 매기고, 그렇게 나눈 둘 중 하나는 좋아하며 취하려고 하고 다른 하나는 싫어하며 배척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창조주와 피조물이 그러하고, 남자와 여자가 그렇고, 선과 악이 그러하며, 아름다움과 추함이 그런 것입니다. 부귀와 가난, 건강과 질병, 장수와 단명, 성공과 실패, 강함과 약함 등 그 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 모두가 그런 패턴 속에서 움직이도록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둘로 나누고 우열을 매기다 보니 그 둘 사이에는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과 투쟁이 일어나게 되고, 그 결과 죽음이 들어오게 됩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고 눈이 열렸다고 하는 것과 그렇게 된 인간 존재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는 없도록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바로 이런 사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실로 인간들이 이 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숱한 고통들이 바로 이런 시각 위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을 갖게 되는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원인은 분리 의식에 있습니다. 근원적으로 보면 하느님과 인간이 분리되어 따로 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보는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모든 자연과 인간들 상호 간에 철저한 분리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나는 나고, 너는 너인 것입니다. 이렇게 각각 따로 떨어진 에고(자아)들 사이에 충돌과 다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죽음까지도요.
이러한 분리 의식을 바로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각의 교정이 되겠습니다. 따로 떨어져 둘이 된 것이 아니라, 비록 다르긴 하지만 결코 나뉠 수 없는 하나임을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창세기 표현을 빌리면, 하느님과 아담과 하와가 아무런 장애물 없이 서로 통교하고 있었으며, 아담과 하와는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몰랐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경지가 바로 거짓된 에고 차원이 아니라, 참된 성령의 차원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금 이 자리에서, 성령의 차원에 있는 것이지 에고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안타깝게 에고 차원이 정상이고 우리 모두는 그 차원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살아가며 부딪히는 온갖 고통과 슬픔과 아픔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게 올바른 생각이겠습니까?
하느님과 나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결코 나뉠 수 없는 한 몸입니다. 하나의 마음이 있고, 하나의 몸이 있을 따름입니다.
유시찬 신부는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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