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얼굴도 예뻤지만 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그는 소리 내어 웃지 않았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그냥 빙그레 웃었다. 웃을 땐 크고 맑은 눈 주위에 잔주름이 만들어지면서 양 볼에 파인 보조개도 따라 웃었다. 마음까지 웃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도 지녀 그의 주위에는 항상 친구가 많았다. 그는 또 문학도답게 글도 잘 썼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좋아했다.
그는 필자의 대학 친구다. 같은 학과 동기로 교지도 함께 만들며 친하게 지냈다. 졸업 후 소식이 끊겼다.
7, 8년이 흘렀을까. 어느 날, 신문사 커피숍이라며 그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마터면 그를 못 알아볼 뻔 했다. 수녀복을 입고 있었다. 그에게 수녀복 또한 잘 어울렸다. 당시 필자는 교리공부를 마치고 세례를 받을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 하느님이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는 다짜고짜로 “내 그럴줄 알고 너에게 딱 어울리는 세례명을 가지고 왔다”며 “마리오, 이걸로 해.”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처럼 그는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재주를 지녔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어려운 고민도 그에게 털어놓으면 쉽게 해결해줬다. 필자는 그가 수녀가 된 후에도 한동안 친구처럼 대했다. 어느 날, “수녀님~”하며 말을 높였더니 “왜 그래, 편하게 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수녀님을 뵌 기억이 까마득하다.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수녀님 특유의 해맑은 미소가 그립다. 쉰을 넘긴 수녀님의 건강도 확인할 겸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 번 뵈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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