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 신부는 유람선 사목 마지막 여정에서 선물 받은 모자를 늘 쓰고 다니며, ‘세상은 하느님의 얼굴’이라고 되새기곤 한다.
정광영 신부(원로사목자·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는 항상 이 질문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도리어 “나는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사람인데, 내 모든 뜻과 행동이 하느님을 위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러한 정 신부의 뜻은 최근 펴낸 저서 「시간에 묻힌 한 사제 의 삶 3」에서도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정 신부는 이 회고록에서 자신이 걸어온 사제의 길 전반을 되짚어냈다. ‘시간에 묻힌’ 삶을 다시 꺼내 성찰함으로써, 남은 인생을 더욱 겸손히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시간에 묻힌 한 사제의 삶」은 총 세편으로 엮어냈다. 2013년에 펴낸 1편에서는 유년시절부터 신학대학 입학 전까지의 일화들을 풀어냈다. 이어 2편에는 신학대학 입학과 학교생활, 1979년까지 한국에서 사목한 기억들을 담았다.
최근 선보인 3편을 통해서는 새 성당 건립에 고군분투하던 시절부터 캐나다 밴쿠버 교포사목 등에 힘썼던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로 이적하게 된 과정과 새로운 사목 여정들을 돌아봤다. 정 신부가 후배 사제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연이어 책을 출간해왔던 경험들과 은퇴 이후 그의 시야를 더욱 넓혀준 여행, 유람선 사목 등의 기억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끌어냈다. 각 시간과 장소, 인물 등은 수십 년간 매일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묘사했다. 덕분에 정 신부의 글 마디마디는 힘이 있고 역동적이다.
특히 정 신부는 “세월의 뒤로 잊어가기엔 차마 아까운 기억들을 정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임하리라”고 말한다.
“76년의 세월과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인연들을 시간으로 계산해 보는 것도, 그동안 희로애락으로 얽히고 설킨 미련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정 신부는 “쉼 없이 흐르는 시간을 세워 보고자 발버둥쳐 보는 수고는 인간들만 하는 어리석은 발상”이라며 그 대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주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그 시간을 쌓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로 글쓰기라고. 그는 “글을 쓰는 시간들은 무엇보다 하느님을 더욱 자주 생각하게 하는 또 하나의 끈”이라고 말한다.
“은퇴 이후 여유로운 삶 안에 잡념이 들어오지 않도록 글을 쓰면서 영적으로 바쁘게 살려고 합니다.”
정 신부는 세 편의 연작 회고록을 펴내기 전에도 「너는 누구를 찾는가?」, 「종교적인 심향」 등의 영문 저서를 비롯해 「종횡이 만나는 십자가」, 「유람선 지도신부 이야기」, 「알래스카에서 만난 하느님」 등 다양한 책을 선보여왔다. 1971년 대구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으며, 본당 사목과 이탈리아 로마 유학을 거쳐 캐나다와 미국에서 교포사목을 펼쳤다. 198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로 이적했으며, 은퇴 후 유람선 지도 신부 등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