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 반딧불협동조합 조합장인 조원우(파트리치오·69)씨는 조합이 출범한 지난 2004년부터 출자금을 내고 꾸준히 조합활동을 해왔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마을주민들의 집수리 등 주요환경개선 업무를 맡고 있는 조씨. 소모품인 자재·장비를 구입할 때 조합 도움을 받았다.
조원우씨는 “자재와 장비를 구입하는 데 한 달에 적게는 1000만 원 정도 소요되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라며 “은행대출은 꿈도 못 꾸지만, 은행보다 이자가 싼데다 갚는 것도 편하게 할 수 있어 조합에서 대출 받는다”고 말했다.
조합의 소액대출로 도움 받은 조씨는 다른 조합원 2명과 함께 자립해 지난 2007년 건축업으로 자리를 잡고 한 달에 20여 건 집수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횡성지역자활센터(센터장 정현수)에 의해 마련된 반딧불협동조합은 조합비를 거둬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 소액대출을 해주고, 저소득층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립됐다. 총 41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횡성지역자활센터의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이다.
‘제2금융’에서조차 대출시 담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신용불량자들을 포함한 저소득층이 실제로 은행에서 대출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조합원들의 평균출자금액에 따라 최대 500만 원까지 대출 해주는 반딧불협동조합은 가난한 이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빛이었다.
2004년 당시 횡성군종합사회복지관장이던 류충희 신부가 한우축제 장터와 의류바자 등을 진행하며 모은 수익금 중 1100만 원을 기부함으로써 조합의 주춧돌이 마련됐다. 조합의 이름인 ‘반딧불’은 암흑 같은 밤을 환하게 비추기 위해 횡성지역자활센터 정현수(요셉) 센터장에 의해 지어졌다. 반딧불 하나만 있으면 밝지 않지만, 여럿이 모이면 어둠을 걷히게 한다는 협동조합의 본질이 드러난 이름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이뤄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동전을 모아 5억 원의 출자금을 형성한 뒤 반딧불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기 위한 마음으로 출자금을 낸 참여주민들은 지금도 동전으로 모인 출자금에 대해 자랑스러워한다.
올해 들어 조합원들은 하루 평균 2건 이상 대출을 신청했다. 주로 병원비와 학자금 용도로 쓰기 위해서지만, 소액대출이 없었다면 거리에 나앉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정현수 센터장의 설명이다.
“복음정신이 아니면 ‘일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일인을 위하여’라고 축약되는 협동조합의 구호를 실현시키기는커녕 지역사회에 누를 끼치게 된다”는 정 센터장은 “협동사회를 구현하는 것은 꿈이 아닙니다. 단순 시혜적 자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여는 것, 나눔과 협동을 배우며 스스로 변하는 것이 자활 의무”라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이어 “반딧불협동조합은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조합’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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