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뚱어리 세계에서 마음의 세계로 넘어와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런데 좀 더 정확하게 말씀 드린다면, 가짜 마음의 세계에서 진짜 마음의 세계로 넘어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뚱어리란, 실은 가짜 마음 세계의 꼭두각시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음이라고 하지만 그 마음은 대단히 복잡하고 크고 깊어서, 한두 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든 면이 많습니다.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즉 마음은 알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 마음의 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의식적인 마음과 무의식적 마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일상생활 속에서 보통 쓰는 마음이란 의식적 차원의 마음을 가리킵니다. 심리 차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마음이 좀 우울하다든지, 기쁘고 좋다든지, 아프고 힘들다든지, 화가 나고 슬프다든지, 할 때의 그런 마음입니다. 이런 의식적 차원을 가리키는 마음은,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쇼핑을 한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하면서 적절한 도움 수단을 강구함으로써 풀릴 수가 있습니다. 때로는 약간의 심리 상담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반해 무의식적 차원을 가리키는 마음은 의식적 차원과 달리 이성이나 의지 등으로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글자 그대로 의식이 없는, 의식의 밑에 잠겨 있는 차원이므로, 의식 차원에서 알아듣기가 힘이 들고, 당연히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는 것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영신수련’에서 선신과 악신을 분별하는 규범 등을 다루고 기도의 깊이를 다룰 때 쓰는 영적 차원이란 것도 이 무의식적 차원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무의식적 차원의 마음에서 가짜 마음과 진짜 마음이 나뉘는 것입니다. 가짜 마음이란 거짓된 마음으로서 에고(자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음입니다. 이에 반해 진짜 마음이란 성령과 하나 된 마음입니다. 가짜 마음의 핵심은 그 마음 안에 하느님이 없는, 자신은 하느님과 분리되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가 하느님의 지위에 오릅니다. 그리곤 자기 스타일대로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가치 체계를 세우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런데 이 가짜 마음은 애초부터 하느님과 분리되면서 시작된 것처럼, 인간들 상호 간에도 모두 분리되어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분리된 각자가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해내고, 가치 질서를 부여하게 되므로 자연히 서로 충돌하고 싸우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서로를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방어하면서 필요하면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 결과 이 세상 속에는 온갖 갈등과 다툼과 싸움과 죽음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말씀드렸던 몸뚱어리의 세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몸뚱어리를 중심으로 한 이 자신이 참된 자기라고,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오고 있는 것이 우리네 모습 아닙니까. 그 결과 세상이란 이렇게 온갖 고통과 슬픔으로 넘쳐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가짜 마음이 중심이 된 에고 시스템이란 글자 그대로 가짜라는 것입니다. 가짜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존재의 참된 모습은 하느님과 하나 되어 있으면서 떨어진 적이 없는, 그래서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그 본래 모습을 그대로 잃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짜 마음입니다. 그 진짜 마음은 하느님과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하나됨에서 오는 오롯한 사랑과 기쁨과 평화와 생명으로 차 있는 마음입니다.
진짜 마음을 제대로 알아 가짜 마음으로부터 진짜 마음에로 넘어오는 것에 우리 영성생활의 사활이 걸려 있습니다.
유시찬 신부는 1997년 사제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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