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 시작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4시 무렵. 추위에 몸을 잔뜩 움추린 노숙인들이 서울역 지하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수는 금세 1000명 넘게 불어났다. 연말이면 더 쓸쓸해지는 노숙인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과 선물꾸러미를 들고 꽃동네 사제단과 수도자, 봉사자 300여 명이 서울역 지하도에 찾아왔다.
수도자들은 노숙인들을 일일이 자리로 안내했고 노숙인들도 비좁은 자리에서 질서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된 공연에서는 노숙인 출신들로 구성된 ‘꽃동네 채움 합창단’이 ‘홀로아리랑’, ‘아침이슬’, ‘꿈꾸는 세상’ 등을 불러 노숙인들에게 삶에 대한 용기를 심어줬다.
수도자들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자 노숙인들도 밝은 표정으로 율동을 따라하며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거대한 합창을 이뤘다. 모처럼 노숙인들의 얼굴에 생기가 감도는 순간이었다.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노숙인들과 함께 한 송년미사 강론에서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소유욕과 지배욕에 이끌려 살지만 하느님을 믿으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이웃과 나누면서 살게 된다”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세상에서 버려지지 않고 천국의 희망을 간직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꽃동네 수도자들과 봉사자들이 미사에 참례한 노숙인 전원에게 겨울 점퍼와 간식을 전달하느라 추운 겨울날씨가 무색하게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50대 노숙인 김경호(가명)씨는 “오늘 연말을 맞아 꽃동네에서 노숙인들을 찾아와 공연과 미사를 해 주셔서 사람답게 살아야겠다는 자활의 의지가 살아났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노숙인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꽃동네 봉사자 김문수(모세) 전 경기도지사는 “꽃동네가 노숙인들을 위해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다”며 “가톨릭교회와 행정기관이 연계한다면 노숙인들의 사회 복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꽃동네는 지난 1997년부터 매해 거르지 않고 서울역 노숙인들과 송년의 밤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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