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예수 성탄 대축일, 안동교구 상주 남성동본당(주임 신동철 신부) 세례식에서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영세자가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죽음을 무릅쓰고 남한으로 넘어온 새터민 김옥순(데레사·56)씨.
하나원에서 새터민들에게 종교를 가질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신앙생활을 하는 새터민은 극히 드문 현실이다. 그래서 김씨 경우는 더욱 특별하다.
“두만강을 건너려고 있는 힘을 다해 뛰는데, 얼음이 얼지 않아 건널 수가 없었어요. 이젠 끝이구나 생각하면서도 신이 있다면 제발 도와달라고 기도했는데, 정말 하늘이 도왔는지 강 건너편에 우리를 태워줄 차량이 와서 길을 알려주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하느님 손길이었어요.”
탈북 과정에서 이미 어렴풋이 하느님 존재를 느꼈다는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2013년 2월 두만강을 건너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그해 5월 한국 땅을 밟았다. 자신보다 3년 먼저 탈북한 딸이 살고 있는 도시로 정착지가 정해졌지만, 시골 생활이 좋아 상주로 오게 됐다.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딱히 할 일이 없던 김씨는 뜨개질을 위해 찾았던 한 가게에서 대모 조점분(카리타스)씨를 만났다. 그는 김씨가 하느님께 다가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처음엔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혼자 두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씨는 먼저 그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 주었다. 함께 밥도 먹고 뜨개질도 하며 친분을 쌓아갔고, 그런 조씨의 진심은 고스란히 김씨에게 전해졌다.
“대모님 아니었으면 세례도 받지 못했을 거예요. 대모님을 비롯, 성당 다니는 분들이 모두 좋았어요. 그래서 천주교에 대한 관심도 커졌죠.”
본당 주임 신동철 신부는 “교리시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을 만큼, 늘 적극적이고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앞으로도 교회가 지역 내 새터민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주변 도움으로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한 김씨는 북한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다며 의욕 넘치는 모습이다.
“제2의 인생을 예수님 따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어요. 또 대모님이 제게 보여준 것처럼 저도 신앙인으로 기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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