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우리에게 늘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사랑과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주님께 무엇을 돌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해온 조그만 결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구 설정 10주년을 보내며 사목서한으로 의정부교구 새로운 10년의 청사진을 제시한 이기헌 주교는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상을 힘주어 말했다. 지난 11월 19일 경기도 양주 한마음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교구 사제총회에서 ‘착한 목자’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사목서한에는 이 주교의 복음을 향한 열정이 오롯하게 담겨있다.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16개 교구 가운데 교세로만 8번째를 기록할 만큼 가파른 복음화율을 보이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의정부교구. 이 주교는 이런 교구에 대한 자랑보다는 ‘성찰’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1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실시한 ‘2013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 결과는 한 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물음에 건강이 43.5%로 1순위를 차지하고 종교(15.6%)는 저만치 밀려난 현실을 확인한 이 주교는 “세속적 가치들에 밀려난 신앙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착한 목자’는 가치관이 쇠락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역전시켜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모색해온 이 주교의 다짐과도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주고 있는 하느님 나라를 향한 거침없는 행보는 교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쇄신을 향한 열정을 새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되살아난 쇄신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향한 길에서 잠시라도 눈길을 거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목서한 ‘착한 목자’에 담긴 새로운 10년의 사목 방향인 ‘소공동체’, ‘청소년사목’, ‘사회사목’, ‘복음 선포’ 등을 일관되게 관통하는 맥락 가운데 하나가 ‘양성’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은’(루카 10,2) 교회 상황이 수많은 질곡을 낳고 있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앙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봉사자 양성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착한 목자’에서 두드러지는 이 주교의 의지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가난’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다.
“교회가 가난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가난해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난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가난을 잃어버릴 때, 몸 둘 곳조차 없는 가난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어 가난한 이들 곁을 떠나지 않으셨던 예수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가난을 살아가기 위해 이 주교가 줄곧 강조해온 것이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다. ‘착한 목자’에서 4가지 사목 방향을 통해 소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청소년을 일깨우며 사회사목을 활성화시키면서 복음 선포를 향해 내달려가는 교회상을 제시한 것도 결국 가난한 교회를 실현하기 위한 구상인 셈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좋은 것들도 형제애 안에서 연대할 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연대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면 다른 모든 것들은 저절로 따라올 것입니다.”
식지 않는 열정을 밑거름 삼아 끊임없이 복음화의 새로운 물꼬를 터나가고 있는 의정부교구의 걸음걸음에 다시 한 번 기대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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